“미군 집단몰카 피해에 경찰도 2차 가해” 청와대 청원인의 호소

입력 2018-06-06 21:30


기차에서 미군들의 몰카 피해를 입은 여성의 가족이 철저한 사건 재수사와 함께 경찰의 ‘2차 가해’에 대한 진상조사를 촉구해 논란이 예상된다.

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동생이 몰카를 당했습니다. 경찰의 잘못된 대처로 2차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경찰이 새벽시간대 한 명도 아닌 6명의 일행에게 혼자 몸으로 희롱과 몰카를 당했을 피해자를 전혀 생각하거나 배려하지 않은 사건”이라며 “사건에 대한 성역 없는 재조사, 경찰 관련자들에 대한 문책, 가장 중요한 재발방지대책과 차후 피해자에 대한 보호를 읍소한다”고 썼다.


사건은 2일 밤 11시45분쯤 서울역에 도착하는 기차 안에서 일어났다. 피해여성은 결혼식 때문에 지방에 내려갔다가 다른 결혼식 참석차 서울행 기차에 올랐다. 잠을 자다 이상한 느낌에 잠을 깬 여성은 경악했다. 앞에는 흑인 한 명이 혀를 날름거리며 카메라로 자신을 찍고 있었고, 흑인을 포함해 총 6명이 주위에서 웃으며 자신을 희롱하고 있었다.

몰카임을 직감한 이 여성은 수치심과 두려움으로 112에 신고해 신변보호를 요청했다고 한다. 기차 호차 번호와 좌석까지 알리며 도움을 구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서울역에 도착할 때까지 경찰과 승무원에게서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 글쓴이는 “(동생은) 서울역까지 승무원은 아무도 오지 않았고, 서울역 도착하는 장소에서 경찰을 만나지도 못했다”며 “경찰들은 에스컬레이터 위에서 동생과 몰카범을 기다렸다”고 전했다. 이어 “철도경찰과 지구대 경찰 다 와 있었지만 6명 중 3명은 제지없이 나간 채였고, (경찰이) ‘3명 중 몰카범이 누구냐’고 묻길래 (동생이) 한 명을 지목하자 나머지 2명은 그 자리에서 풀어줬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글쓴이는 경찰이 수사의 기본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동생이 ‘왜 풀어주냐. 휴대전화라도 보고 보내줘야 하지 않느냐’고 항의하자 말을 가로막고 그냥 사무실로 데려갔다”며 “몰카가 아니라면 성희롱 조사라도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찰이 피해여성을 향해 막말을 했다고도 했다. 글쓴이는 “동생이 ‘일행들 풀어줘서 몰카 영상 유출되면 책임질거냐’고 했더니 경찰이 유포되면 그때 가서 신고하라고 했다”고 썼다. 철도경찰 팀장이 피해여성에게 몰카 일부만 보여주면서 “이 정도는 성적 수치심이 느껴진다고 보기 어렵다”라는 말을 수차례 했다고 글쓴이는 주장했다.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는 조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글쓴이는 썼다. 피해자와 가해자가 마주앉았을뿐 아니라 피해여성은 몰카범이 보고 있는 공간에서 피해 당시 자세를 취하며 상황을 재현해야 했다. 여경도 입회하지 않은 상태였다. 몰카범은 동생이 조서를 쓰는동안 드러눕는 등 전혀 반성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고, “다큐를 찍기 위해 동생 몰카를 찍었다”고 진술했다고 글쓴이는 썼다.



철도경찰과 관할 지구대 모두 끝까지 무책임한 모습을 보였다고 글쓴이는 주장했다. 그는 “철도경찰 팀장이 통화에서 ‘동생에게 인간적으로 다가가지 못한 점은 미안하지만 업무처리에 위법은 없었다’고 했다”며 “피의자를 붙잡아둔 걸 보호했다고 표현했는데 적어도 그렇게 말하지는 말아야 한다. 피의자는 많이 보호했지만 왜 피해자는 보호하지 못했나. 미군이기 때문에 가해자 인권이 더 먼저였던 것 아니냐”고 했다.

글쓴이는 “동생은 이제 지하철도 기차도 무섭다고 한다. 휴대전화 들고 가는 사람만 봐도 흠칫흠칫하고 매일 저녁마다 잠도 못 잔다”며 “동영상의 수위가 경중이 얼마나 될지는 경찰이 아니라 법원에서 판단하는 게 옳지 않나. 그들이 집단이었고 심야시간대였으며, 항거불능의 잠든 사람을 대상으로 했고 그 사람에게 수치심과 공포감을 준 행위 그 모든 상황이 고려돼야 한다”고 적었다.

이어 “피해자와 가해자가 매우 가까운 채로 한 공간에서 조사를 받았기 때문에 양쪽이 서로의 인적사항을 모두 들은 상태다. 동생은 본인 주소를 비롯한 신상을 들은 가해자가 찾아와 2차 가해를 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며 “놓아준 일행들의 2차 사진 유포도 걱정하고 있다. 그 사람들이 내리기전 페이스북이나 단체카카오톡 등을 하는 걸 봤다고 한다. 다른 저장매체로 옮겨놨을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미군이라 봐주기 없는 성역 없는 수사로 일행까지 모두 조사해달라. 더 이상 경찰에 의해 2차 3차 피해를 입지 않도록 피해자 보호조치를 강화하고 피해자 인권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