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의 심장’이라는 대구는 6·13 지방선거에서 사상 처음 ‘격전지’로 분류됐다. 최근 대구시장 후보 여론조사에서 임대윤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권영진 자유한국당 후보가 오차 범위 내 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일신문·TBC 의뢰로 리서치앤리서치가 지난달 31일~지난 1일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 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에서 권 후보와 임 후보의 지지율은 각각 34.4%, 29.6%였다.
한국당은 당혹해하면서 여론조사의 신뢰도에 의문을 제기했다. 여론조사 응대에 소극적인 보수층 기류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왔을 뿐, 실제 투표에선 전혀 다른 양상이 펼쳐질 거라고 주장한다. 홍준표 대표가 경남지역 여론조사를 놓고 문재인 대통령 지지층 응답이 월등히 많았다고 문제제기를 한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나온 발언이었다. 이른바 ‘샤이shy) 보수’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은 정반대로 ‘샤이 민주’를 말하고 있다. 보수의 전통적 텃밭인 대구에는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유권자층이 두텁게 형성돼 있다는 것이다. 이들이 문재인정부의 높은 지지율과 함께 차츰 목소리를 내면서 최근 여론조사에도 반영되고 있다고 본다. 샤이 민주 현상을 공개적으로 말한 것은 임대윤 후보였다.
임 후보는 6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대구에는 샤이 보수가 아니라 샤이 민주가 있다. 여기선 민주당이 집권야당이다. 대구에서 민주당 지지한다고 엄지척 하는 사람은 2030세대밖에 없다. 하지만 40대나 50대에도 샤이 엄지척은 많다. 그런 분들이 여론조사에서 속마음을 털어놓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샤이 민주의 ‘커밍아웃’ 가속화로 권영진 후보와의 지지지율 격차가 계속 좁혀질 거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의 영남권 의원은 “권 후보의 할리우드 액션 의혹이 젊은 사람들에게 큰 실망감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권 후보가 지난달 31일 선거운동 도중 중년 여성에게 밀려 부상당한 것을 두고 ‘할리우드 액션’ 논란이 제기된 것도 권 후보에게 부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 논란을 권 후보는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이 중요한 시간에 할리우드 액션을 해서 선거운동을 중단할 바보 같은 후보가 어디 있느냐”고 했다.
하지만 그도 “(임 후보와의) 격차가 좁혀진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여론조사 수치를 떠나 거리에서 만나는 유권자들에게 그런 느낌을 받는다는 것이다. 그는 여론조사에 소극적인 ‘샤이 보수’, 점차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샤이 민주’ 현상이 투표장에까지 이어지면 ‘위기’ 상황이 오게 될 거라고 우려했다.
한국당은 특별한 대책을 마련하기 보다는 일단 지역에 선거운동을 맡기겠다는 입장이다. 홍준표 대표는 지난 3일 지원유세 중단을 선언했다. 대구 지역 한국당 의원은 “지역을 돌아보면 우리 당의 전통적 지지층 사이에서도 ‘홍 대표가 미워서 안 찍겠다’는 사람들이 많아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전히 당 내부에서는 ‘실제 투표 결과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는 기류가 강하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