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일 전에 미리 투표권을 행사하는 사전투표는 2013년 재보궐선거 때 도입됐고, 2014년 지방선거부터 전국 단위 선거에도 적용됐다. 당시 지방선거 사전투표율은 11.5%였다. 이후 사전투표율은 계속 높아졌다. 2016년 총선은 12.2%, 2017년 대선은 26.1%를 기록하며 전체 투표율을 끌어올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이번 6·13 지방선거의 사전투표는 8일부터 이틀간 실시된다. 최대 관심사는 투표율이다. 계속 증가하는 추세에 맞춰 이번에도 높은 사전투표율이 나타날지, 북미정상회담이란 대형 이벤트에 가려진 선거여서 저조한 투표율에 그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북미정상회담과 여당 강세 요인 때문에 10%대 초반의 사전투표율이 나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모두 “사전투표율이 높아야 우리에게 유리하다”고 말한다. 같은 사전투표를 놓고 정반대 계산을 하고 있는 것이다.
사전투표는 전국에 설치된 3512개 투표소에서 할 수 있다. 신분증만 있으면 어느 투표소에서든 투표가 가능하다. 투표 시간은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고, 사용 가능한 신분증은 주민등록증, 여권, 운전면허증, 관공서 및 공공기관 발행 사진첨부 신분증 등이다. 사전투표소 위치는 중앙선관위 홈페이지나 ‘선거정보’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사전투표지는 해당 구·시·군 선관위에서 보관하며 13일 개표 때 함께 개표한다.
이번 지방선거는 투표율 걱정이 어느 때보다 크다. 역대 최저를 기록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마저 나오고 있다. 사상 초유의 북미정상회담 다음날 개최되는 데다 이렇다 할 선거 이슈도 없다. 대신 시간이 갈수록 네거티브 전쟁이 치열해져 투표율 제고는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 역대 지방선거 투표율은 2006년 51.6%, 2010년 54.5%, 2014년 56.8% 등 줄곧 50%대에 머물러 왔다. 대통령선거나 국회의원 총선거에 비해 주목도가 크게 낮다.
여기에다 민주당의 압승을 예상하는 각종 여론조사 결과가 잇따르면서 유권자의 관심을 더욱 반감시켰다. 일각에서는 진보진영의 경우 "어차피 이길 선거"란 생각에, 보수진영은 "어차피 질 선거"라는 예측에 투표장을 찾는 발걸음이 줄어들 거라고 예상한다. 야권이 내세운 ‘정권심판론'도 투표 동기 유발에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문재인 정권이 1년밖에 지나지 않아 ’심판론‘의 설득력이 크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런 상황에서 그마다 기대를 걸 수 있는 대목이 바로 사전투표다. 한국지방정치학회 김욱 회장은 "2013년 처음 사전투표제도가 실시된 이후 투표율이 상승해 왔다"며 "제6회 지방선거 11.49%, 20대 총선 12.19%, 지난 대선 26.1% 등 사전투표율 자체도 높아지고 있어 이번 지방선거에서 어느 정도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여야는 나란히 사전투표율 제고 운동에 뛰어들었다. 민주당은 사전투표율이 20%를 넘길 경우 이재정 의원 등 여성 의원 5명이 파란색으로 염색하겠다고 공언했다. 자유한국당도 이미 지난달부터 각 지역 당협과 지지자들에게 사전투표를 적극 독려해 왔다.
김민석 민주연구원장은 6일 “여론조사 상에서 앞서가고 있을 때는 여론조사 결과를 실제 투표로 연결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사전투표 독려도 전체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일환”이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지난 지방선거보다 사전투표 투표율이 조금은 올라갈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한국당은 지방선거 전날 열리는 북·미 정상회담이 선거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전투표에 기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당 고위 관계자는 “문재인정부는 북풍으로 민생 투표라는 지방선거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면서 “차분하게 민생경제 파탄을 심판하는 투표를 위해서는 사전투표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