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많은 애묘인의 가슴을 울린 인터넷 게시물이 있었습니다. 고양이 17마리를 돌보게 된 네티즌의 사연인데, 그는 한 포털사이트 카페에 글을 올렸습니다. 여러 회원이 그의 에피소드를 읽고 격려와 응원을 보냈었지요.
이 네티즌은 종종 길고양이 먹이를 챙겼다고 했습니다. 어느 날 한 고양이가 그의 집 창틀에 올라와 들여보내 달라는 듯이 울음소리를 냈다고 합니다. 안쓰러운 마음에 무심코 문을 열어줬는데 이 녀석이 방 한 쪽에 자리를 잡고 새끼 5마리를 낳았습니다. 유독 약하게 태어난 한 마리가 세상을 떠나고 4마리가 살아남았습니다.
동네 길고양이들에게 소문이 났던 모양입니다. 이틀 뒤 임신한 다른 고양이가 창틀에 올라와 울길래 들여보냈더니 새끼 4마리를 출산했습니다. 다시 며칠 후 그는 배가 불룩한 채 동네를 돌아다녔던 한 고양이가 길에서 죽어 있는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온 동네를 찾아다닌 끝에 이웃집 창고 안에서 죽은 고양이의 새끼 4마리를 발견했고 또 집에 데려왔습니다. 그렇게 모두 12마리가 함께 살게 됐습니다. 어미들은 다시 거리로 돌아갔던 듯합니다. 새끼를 보려고 종종 그의 집에 들렀을 겁니다.
마지막 가족은 첫 번째와 두 번째 사례처럼 찾아왔습니다. 창틀에 앉아 구슬픈 소리를 냈고, 무려 5마리를 낳았습니다. 네티즌은 “정말 앞으로가 걱정”이라면서 사료 비용을 어떻게 감당할지 고민이라고 했습니다.
카페에서 그의 글을 읽은 여러 회원이 사료와 간식을 택배로 보냈습니다. 그는 “이렇게 손을 내밀어주신 마음을 고양이들에게 그대로 전달하겠다”며 고마워했습니다. 그가 감사의 마음을 담아 이런 ‘후기’를 올린 건 3주쯤 전입니다.
그런데 20여일 만에 미담은 비보로 바뀌었습니다. 고양이들의 재롱을 보며 행복한 추억을 쌓고 있는 줄로만 알았던 그는 같은 카페에 두려움에 휩싸인 글을 연이어 게시했습니다. 이 네티즌은 “제 손으로 우유도 먹이고 이유식도 먹이고 온 정성을 다해 길렀는데 제가 보는 앞에서 피를 토하고 죽었습니다. 괴롭습니다. 너무 아픕니다”라고 토로했습니다.
이어 “전부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데 사료를 안 먹으려고 합니다. 좋아하던 간식도 입에 대지 않습니다. 제일 의심 가는 것은 농약이거나 아니면 사료에 뭔가 들어 있었던 것 같습니다. 택배를 조회해야겠습니다”라고도 했습니다.
글은 점점 더 비통해집니다. “흰둥이 한 마리를 찾았습니다. 집까지 다 죽어가며 왔네요. 몸도 못 가누고 시커먼 토사물을 묻혀서 왔어요. 지금 또 죽어갑니다. 토사물에서 썩은 내가 진동합니다. 아마 위가 다 썩은 듯합니다. 경련을 일으키면서도 제 무릎에 올라와 몸을 기댔습니다. 제가 미칠 것 같습니다.”
그의 글을 보면 17마리 중 상당수가 비슷한 증세를 보이며 숨을 거둔 듯합니다. 새끼들의 어미도 포함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는 누군가가 사료에 무언가를 섞어넣은 것 같다고 추측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정확한 경위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전염병이나 다른 어떤 이유가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이 소식은 6일 오전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로 퍼져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만약 누군가의 고의적 행동에 이렇게 된 거라면 너무 끔찍한 일이라는 반응이 많습니다.
[사연뉴스]는 국민일보 기자들이 온·오프라인에서 접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독자 여러분과 공유하는 코너입니다. 살아 있는 이야기는 한 자리에 머물지 않습니다. 더 풍성하게 살이 붙고 전혀 다른 이야기로 반전하기도 합니다. 그런 사연의 흐름도 추적해 [사연뉴스 그후]에서 알려드리겠습니다. [사연뉴스]는 여러분의 사연을 기다립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