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제63회 현충일 추념식장에 김민기의 ‘늙은 군인의 노래’가 추모곡으로 울려퍼졌다. 박정희 정권의 유신체제 아래서 국방부 장관 지정한 ‘1호 금지곡’이 대전국립현충원에서 정부 공식 행사에 연주됐다. 금지곡이 됐던 사유는 “군인의 사기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것이었다.
청와대는 6일 “30년 이상 직업군인으로 복역했던 하사관의 애환과 설움을 진솔하게 담아낸 곡”이라며 “평범한 군인의 소박하지만 큰 나라사랑의 마음을 잘 표현해 현충일 추념식 추모곡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노래는 가수 최백호와 현재 군복무 중인 연예인 지창욱 주원 강하늘 임시완이 함께 불렀다. ‘늙은 군인의 노래’는 가수 김민기가 1978년 발매한 앨범 ‘거치른 들판의 푸르른 솔잎처럼’에 수록됐다. 김민기는 군복무(1974~1977) 시절에 30년 군 생활을 마치고 전역을 앞둔 선임하사의 요청으로 이 노래를 작곡했다.
제63회 현충일 추념식은 ‘428030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당신을 기억합니다’란 표어 아래 진행됐다. 428030은 현충원부터 호국원, 민주묘지, 최근 국립묘지로 승격된 신암선열공원까지 10개 국립묘지에 안치된 안장자 수를 뜻한다. 국가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다 영면한 모든 분을 기억하고 추모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추념식 장소로 서울 현충원이 아닌 ‘국립대전현충원’을 택한 것은 국가유공자의 의미 확장한 것이라고 청와대는 밝혔다. 서울현충원은 독립유공자 참전유공자 및 군인 위주로 묘역이 조성됐지만, 대전현충원은 이에 더해 의사상자, 독도의용수비대, 소방 및 순직공무원까지 묘역까지 조성돼 있다. 청와대는 “최근 순직한 이들 대다수가 대전현충원에 안장돼 있다”며 “마지막 안장자까지 한 분 한 분을 잊지 않고 국가가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의미”라고 했다.
추념식은 무연고 묘지(故 김기억 중사) 안장자를 참배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유가족이 없어 잊혀져가는 국가유공자를 국가가 끝까지 잊지 않고 기리겠다는 의미라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김기억 이등상사는 1928년 1월 9일 충청남도 공주군 공주읍 주목리에서 출생해 1949년 4월 1일 육군에 입대했다. 제7보병사단 제5연대에서 복무했다. 6·25전쟁에 참전했고, 1953년 5월 3일 양구전투에서 전사했다.
문 대통령은 순직소방공무원 묘역도 찾았다. 국민을 위해 헌신한 소방관을 기리고 예우하기 위해 최근 순직한 김신형 소방장, 김은영 소방사, 문새미 소방사의 묘를 유족과 함게 방문해 추모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현충일 추념식에 이어 순직소방공무원 추모식을 가진 것은 모든 국가유공자들 기린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 늙은 군인의 노래
나 태어난 이 강산에 군인이 되어
꽃 피고 눈 내리기 어언 삼십 년
무엇을 하였느냐 무엇을 바라느냐
나 죽어 이 흙 속에 묻히면 그만이지
아 다시 못 올 흘러간 내 청춘
푸른 옷에 실려간 꽃다운 이 내 청춘
아들아 내 딸들아 서러워 마라
너희들은 자랑스런 군인의 자식이다
좋은 옷 입고프냐 맛난 것 먹고프냐
아서라 말아라 군인 아들 너로다
아 다시 못 올 흘러간 내 청춘
푸른 옷에 실려간 꽃다운 이 내 청춘
내 평생소원이 무엇이더냐
우리 손주 손목 잡고 금강산 구경일세
꽃 피어 만발하고 활짝 개인 그 날을
기다리고 기다리다 이 내 청춘 다 갔네
아 다시 못 올 흘러간 내 청춘
푸른 옷에 실려간 꽃다운 이 내 청춘
푸른 하늘 푸른 산 푸른 강물에
검은 얼굴 흰머리에 푸른 모자 걸어가네
무엇을 하였느냐 무엇을 바라느냐
우리 손주 손목 잡고 금강산 구경가세
아 다시 못 올 흘러간 내 청춘
푸른 옷에 실려간 꽃다운 이 내 청춘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