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외국인 신분이면서 등기이사로 재직해 불거진 ‘진에어 항공면허’ 문제가 두 달 가까이 결론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6일 “면허 취소 대신 수백억원대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등을 통해 법률 검토와 내부 검토를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 ‘미국인’ 조현민, 6년간 진에어 등기이사
진에어 면허 문제가 불거진 것은 지난 4월 중순이었다. 조현민 전 전무의 음료 투척 ‘갑질 논란’이 ‘국적 논란’으로 확산되면서 항공법을 어겼다는 지적이 나왔다. 항공법은 외국인이 항공운송사업체 임원을 맡을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조 전 전무는 ‘미국인’ 신분으로 2010년부터 2016년까지 6년간 진에어 등기이사로 활동했다는 거였다.
조 전 전무는 1983년 8월 미국 하와이에서 태어나 미국 시민권을 갖고 있다. 미국식 이름은 ‘조 에밀리 리’(Cho Emily Lee)다. 항공사업법과 항공안전법에는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사람이 항공사 등기이사직을 수행할 경우 항공사업 면허 결격 사유가 된다고 명시돼 있다. 또 외국인을 등기임원으로 선임했을 때 국토교통부 장관은 해당 항공사를 대상으로 면허 또는 등록을 취소할 수 있다.
조 전 전무가 진에어 등기임원으로 활동한 6년간 이 항공사는 ‘불법’을 저지른 것이었고, 국토부는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하지 않은 터였다. 이에 국토부는 진에어에 공문을 보내 ▲조 전 전무의 2010∼2016년 등기임원 근무 여부 ▲이를 보고하지 않은 이유 ▲항공법 위반에 따라 면허 취소가 가능하다는 주장에 대한 의견 등을 물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당시 “현재는 조 전무가 진에어 등기임원에서 내려와 불법 사유가 해소됐기 때문에 항공운송면허 취소 사유에는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이 문제와 관련해 추가로 법률자문을 받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8일에는 정부가 진에어 항공면허 취소를 검토 중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KBS는 국토부가 김현미 장관 주재로 비공개 대책회의를 열어 진에어 면허 취소를 검토했다고 전했다. 국토부는 법무법인 3곳에 법리 검토를 의뢰했다고 한다.
관리감독이 허술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터라 원칙대로 처리할 거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면허 취소가 진에어 직원과 국민에게 미칠 파장이 클 수 있고,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커 국토부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해 왔다.
◆ MBN “진에어 면허취소 대신 수백억 과징금”
MBN은 5일 국토부가 진에어 면허를 취소하지 않고 수백억원대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론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직원 1900명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라고 했다. 국토부는 이 문제에 대한 감사를 벌였고 로펌 3곳으로부터 면허 취소가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지만, 대규모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2016년 10월 이전까지 항공법에 등기이사 국적을 점검하는 규정이 없었던 점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국토부는 6일 자료를 내고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며 보도를 부인했다. 계속 검토 중이란 입장이지만 이미 2개월 가까이 끌어온 터라 다음주 정도에는 결론을 내리고 발표할 가능성이 크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