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기동헬기인 ‘수리온’ 1대가 5일 오전 9시 45분 서울 용산 국방부 연병장에 착륙했다.
경기도 포천의 한 육군 부대에서 운영 중인 ‘수리온’이 용산까지 날아온 것은 훈련 목적이 아니라 이날 오후 국방부를 방문하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실물을 보고 싶다는 의사를 표시했기 때문이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방한 일정이 빼곡해 경남 사천에 있는 수리온 조립공장이나 군 부대에는 갈 수 없지만 “이번 기회에 수리온을 꼭 보고 싶다”며 우리 정부에 직접 요청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정부는 두테르테 대통령을 국방부로 초청해 수리온을 직접 보여주기로 했다. 이를 위해 경기도 포천 군부대에 있는 수리온 헬기 1대를 국방부 연병장으로 이동시켰다. 국방부는 바로 옆 주한미군기지 헬기장을 이용하는데 이번 경우 전시를 위해 연병장을 활용하기로 했다.
국방부는 별도 부스를 마련해 수리온 헬기를 임무에 따라 개조한 상륙, 해경, 의무, 소방, 산림, 경찰헬기의 모형도 함께 선보이기로 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날 오후 국방부를 찾는다. 베트남 방문 중인 송영무 국방장관을 대신해 서주석 차관이 두테르테 대통령을 맞이하고 전제국 방위사업청장, 수리온 제조사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김조원 사장 등도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2013년부터 오는 2027년까지 군사력 현대화 3단계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필리핀은 우리 정부와 방산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우리나라 경(輕)공격기 FA-50 12대와 2600t급 호위함 2척도 수입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관심을 보인 수리온은 2013년 개발 완료된 최초의 국산 헬기다. 수리온은 맹금류인 ‘수리’와 숫자 100을 뜻한 ‘온’의 합성어다. 완전 무장 병력 9명을 태우고, 분당 150m 이상의 속도로 수직으로 상승해 백두산 높이인 2700여m에서도 제자리 비행이 가능하며 병력 수송·의무·후송용으로 이용되고 있다.
최근 군사력 현대화에 나선 필리핀은 한국의 10대 방산 수출 유망국가 중 하나다. 우리나라에서 경공격기 FA-50PH 12대를 구매하는 등 한국과 방산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FA-50PH는 KAI가 미국 록히드마틴과 공동개발한 고등훈련기 T-50에 무장을 단 경공격기다. 2014~2016년 동안 방산수출 수주액이 9억 4000만 달러로 집계되기도 했다.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국산 헬기 수리온에 관심을 보임에 따라 자연스레 수출 성과로 이어질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KAI는 수리온을 해외에 판매하기 위해 2013년부터 해외 여러 나라들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필리핀도 유력한 수출 후보지 중 하나로 꼽힌다.
필리핀은 두테르테 정권 이후 강력한 마약 소탕 정책을 추진하고 있고 공산반군(NPA)에 의한 테러 등으로 국내정세가 불안한 실정이다. 남중국해에서는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등 무기 소요가 많다.
방사청 관계자는 “필리핀 측으로부터 (두테르테 대통령이) 보고 싶어 한다는 연락을 받고 급하게 수리온을 공수해 부스를 설치했다”며 “구체적인 이야기가 오고 간 것은 아니지만 이번이 좋은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