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조사단, ‘사법권 남용’ 문서 비실명화 공개… 의혹 제기된 5건도 포함

입력 2018-06-05 14:35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자택 인근에서 '재판거래 의혹' 관련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된 일부 문건 원본을 비실명으로 5일 공개했다. 공개된 파일은 모두 98개다. 90개는 조사단 보고서에 인용된 파일이고, 3개는 추가조사위원회에서 이미 조사해 보고서에 포함되지 않았던 문서다. 나머지 5개는 언론에서 추가로 의혹을 제기한 문건이다.

5개 문건은 구체적으로 ‘세월호사건 관련 적정관할법원 및 재판부 배당 방안’ ‘BH 민주적 정상성 부여 방안’ ‘BH 배제 결정 설명 자료’ ‘문제법관 시그널링 및 감독방안’ ‘VIP 보고서’ 등이다. 이중 공개 전부터 논란이 일었던 것은 세월호 관련 문건이다. 이 문서에는 행정처가 세월호 재판을 어느 법원에 배당할지 사전 검토한 내용이 담겼다. 세월호 사건에 ‘관심과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는 대외적 홍보 효과를 위해 특별재판부나 수석재판부에 맡기는 방안을 살피고 사무분담을 바꿔야 한다는 제안이 포함됐다.

법관 감독방안 문서의 경우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승진을 포기한 판사’를 ‘문제 법관’으로 지목해 감찰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관리하려 했던 정황이 포착됐다. 이 문건에 따르면 2015년 9월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은 이른바 ‘출세를 포기한 판사’의 문제점과 대응 방안을 보고서로 작성했다. 또 다른 보고서에는 법원 내 인권법 관련 판사 소모임인 ‘인권과 사법제도 소모임’의 회원수, 회의 개최 사실과 안건, 참석 인사들의 주요 발언까지 분석한 내용이 적혔다.

앞서 조사단 단장인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은 이날 오전 법원 내부망에 글을 올려 파일 공개 방침을 밝혔다. 안 처장은 “조사단은 법원 구성원, 언론 기관, 국민들로부터 파일 410개 전부를 공개해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개인정보보호법과 사행활의 비밀침해 방지 등을 고려해 비실명화한 후 공개하고자 한다”며 “410개 파일을 전부 공개하는 것이 좋은 측면도 있겠으나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일정한 범위에서 공개하는 것이 관련 법령의 취지에도 부합할 수 있고, 이번 사태의 정보를 관리하고 있는 법원행정처로서 준수해야 할 의무라고도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안 처장은 “문서를 둘러싸고 제기되고 있는 의혹을 다소간 해소하고 조사단의 신뢰성을 담보하는 데 도움이 되고자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특정 언론기관이나 특정 단체에 대한 첩보나 전략’이라는 제목의 문서 파일들은 재판의 독립, 법관 독립의 침해·훼손에 관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거리가 있는 문서들이기 때문에 공개 범위에서 제외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조치는 법원 안팎에서 관련 문건을 전부 공개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진 데 따른 것이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지난 1일 법원행정처에 410개 파일의 원문자료를 공개해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안 처장은 “98개 파일 외에 공개의 필요성에 관해 좋은 의견이 제시되고 그 의견이 합당하다고 판단되면 공개 범위는 더 넓어질 수도 있겠다”면서 “전국법원장간담회나 전국법관대표회의는 그러한 의견이 제시되고 논의될 수 있는 장으로 생각된다”고 전했다.

조사단은 양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해 법원행정처 컴퓨터에 있는 파일 410개를 조사한 뒤, 그 결과를 지난달 25일 발표했다. 당시 조사보고서에는 재판이나 법관의 독립을 침해했거나 우려가 있는 파일 90개와 중복되거나 업데이트가 된 파일 84개를 합한 174개가 인용됐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