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가 가라 하와이” 했던 안철수-김문수 단일화 협상… 金 “결렬” 선언

입력 2018-06-05 13:50

서울시장 선거에 나선 바른미래당 안철수, 자유한국당 김문수 후보의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 김문수 후보 측이 “협상 결렬”을 선언하며 “단일화는 절대 없다”고 못 박았다. 김문수 후보 측 정택진 대변인은 5일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정치적 예의와 시·구의원 문제 같은 현실적 사안 때문에 협상은 결렬됐다”며 “단일화는 절대 없다”고 밝혔다.

정 대변인은 문자메시지에 4가지를 언급했다. ①지난 3일 김문수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1시간가량 회동한 것은 사실이다. ②김문수 후보는 당 대 당 통합, 안철수 후보는 김 후보의 ‘무조건적인’ 양보를 제안했다. ③여론조사 방식에 의한 단일화 논의는 없었다. ④정치적 예의와 시·구의원 문제 같은 현실적 문제로 인해 협상은 결렬됐다.

홍문표 한국당 중앙선거대책본부장은 이날 안철수-김문수 단일화에 대해 아직 가능성이 남아 있음을 시사했다. 홍 선대본부장은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후보들이 당과는 (단일화를) 밀접하게 상의한 바 없지만 후보 간에는 불씨가 꺼졌던 것이 다시 살아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문수 후보 측이 “단일화 결렬”을 공언함에 따라 서울시장 선거는 ‘3자 구도’가 기정사실화됐다.

안철수 후보도 이날 김문수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 과정을 일부 공개했다. 그는 “박원순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이길 수 있는 후보에 유권자가 표를 몰아줄 것”이라며 “우리 둘 중 한 명이 도중에 포기하게 되거나, 끝까지 가더라도 표가 한 쪽에 몰릴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김문수 후보에게 ‘단일화’를 촉구했음을 직접 밝힌 것이다.

안 후보는 지난 3일 김문수 후보와 심야 회동을 갖고 1시간 동안 대화를 나눴다. 5일 서울 여의도역 출근길 유세에서 기자들과 만난 그는 "(당시 김문수 후보에게) 제가 그동안 일관성 있게 얘기했던 내용을 똑같이 말했다"고 밝혔다. 이어 "누가 박원순 후보를 이길 후보인가, 거기에 시민들이 지지를 모아줄 것이고, 그렇게 되면 결과적으로 한 후보가 도중에 포기하거나, 끝까지 갈 경우에는 유권자들이 표를 한쪽에 몰아줄 거라는 얘기를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사실상 김문수 후보의 자진사퇴를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상임선대위원장도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엊그제 안철수 후보와 김문수 후보가 만났다"며 “김문수 후보도 안 되는 게 뻔한 선거를 해야 하는지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 위원장은 “정치라는 건 결단의 미학”이라면서 “아무래도 지금 기세로 보면 안철수가 우세하고 안철수가 대표성을 갖고 있다"며 김 후보의 양보를 촉구했다.

이어 "앞으로 시간이 별로 없기는 하지만 쏠림 현상이 조금이라도 벌어지고 하면 단일화에 대한 결단이 전혀 무관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 결국은 김문수 후보의 결단에 달렸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김 후보 측이 ‘완주’ 의사를 분명히 함에 따라 단일화 논의는 사실상 종결된 것으로 보인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