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한반도 종전선언? 우리 없으면 언제든 뒤집힐 수 있어”

입력 2018-06-05 11:22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시진핑 국가주석이 악수하는 모습. 서울=뉴시스

북미정상회담에서 남북미가 한국전쟁 종전선언을 논의할 가능성이 있는 가운데 중국 관영 매체가 “중국이 빠진 종전선언은 언제든 뒤집힐 수 있다”며 ‘차이나 패싱(중국 소외)’에 대한 강하게 반발했다. 중국이 정전협정 서명 당사국으로 적극적인 개입 의지를 드러내면서 종전선언의 변수로 부상할 전망이다.

5일 중국 관영 매체 환구시보는 “한반도 종전선언은 어떻게 체결할 것인가? 효과가 가장 중요”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중국의 법률적 역할을 강조했다. 매체는 “한반도가 65년의 전쟁을 끝낼 수 있다면 당연히 좋은 일”이라면서도 “만약 중국이 빠진 북미 또는 남북미가 종전 선언을 한다면 기술적으로 한반도 정전협정을 대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정전 당사자인 중국이 빠지면 법적인 효력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1953년 7월 26일 체결한 정전협정의 원래 이름은 ‘조선인민군최고사령관 및 중국인민지원군사령원 측과 유엔군 총사령 측의 조선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으로 북한, 중국, 유엔 등 3자가 명시돼 있다.

이어 매체는 문재인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에 합류해 한반도 종전선언을 체결할 수 있다는 한국 언론 보도에 대해서도 한국 정부가 배후에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종전선언에 누가 참여할지 등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최근 말한 ‘프로세스’ 표현에 대해서도 한국 언론과는 미묘한 시각차를 보였다. 매체는 “한반도 문제는 매우 복잡하다. 미국이 ‘프로세스’라는 단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한반도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기 힘들다는 것을 트럼프 정부도 인식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싱가포르 회담은 이 같은 프로세스의 시작점일 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첫 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을 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최근 다시 급부상하고 있는 ‘차이나 패싱’에 대해서는 ‘오버(지나친 것)’라고 일축했다. 매체는 “중국은 한반도 이슈에서 강력한 현실적 영향력을 갖고 있으며 지정학적으로나 유엔의 구조상으로나 한반도 정세에 언제든지 영향을 줄 수 있다. 중국이 비록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지만 진짜 영향력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한국보다 오히려 크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을 모두가 바라고 있으며 중국은 이에 건설적 역할을 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전형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