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가 김문수 자유한국당 후보에게 “박원순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이길 수 있는 후보에 유권자가 표를 몰아줄 것”이라며 “우리 둘 중 한 명이 도중에 포기하게 되거나, 끝까지 가더라도 표가 한 쪽에 몰릴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김문수 후보에게 ‘단일화’를 촉구했음을 직접 밝힌 것이다.
◆ 안철수 “김문수에 ‘단일화’ 말했다”
안 후보는 지난 3일 김문수 후보와 심야 회동을 갖고 1시간 동안 대화를 나눴다. 서울시장 야권 후보 단일화 문제가 깊이 있게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안 후보는 5일 이를 직접 확인했다. 서울 여의도역 출근길 유세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시 김문수 후보에게) 제가 그동안 일관성 있게 얘기했던 내용을 똑같이 말했다"고 밝혔다.
그는 "누가 박원순 후보를 이길 후보인가, 거기에 시민들이 지지를 모아줄 것이고, 그렇게 되면 결과적으로 한 후보가 도중에 포기하거나, 끝까지 갈 경우에는 유권자들이 표를 한쪽에 몰아줄 거라는 얘기를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사실상 김문수 후보의 자진사퇴를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가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묻는 질문에는 "제가 지금 한 얘기를 그대로 전달했다"며 말을 아꼈다. 향후 김 후보와 다시 만날 생각이 있느냐고 묻자 "계획은 없다"고 답했다. 3일 저녁 회동 당시 ‘양보’를 촉구한 안철수 후보에게 김문수 후보는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 홍문표 “단일화 불씨 다시 살아나”
홍문표 한국당 중앙선거대책본부장은 이날 안철수-김문수 단일화에 대해 아직 가능성이 남아 있음을 시사했다. 홍 선대본부장은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후보들이 당과는 (단일화를) 밀접하게 상의한 바 없지만 후보 간에는 불씨가 꺼졌던 것이 다시 살아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후보 간 대화가 돼야 당이 개입해 정리를 하든지 속도를 내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그는 “안철수 후보가 단일후보가 된다면 당으로서는 막아야 하는 거 아니냐”는 질문에 “서로 협의해야 하는 문제”라고 답했다. 이어 “외형상 보면 서울의 지구당원 숫자나 당의 조직 면에서 바른미래당이 저희의 5분의 1도 안 된다”며 “본선 경쟁력은 조직 싸움이고 113석 있는 제1야당과 바른미래당은 비교가 안 된다”고 강조했다.
홍 선대본부장은 이번 6·13 지방선거 판세에 대해 “단언적으로 몇 곳이라고 하는 건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 보고 6곳 이상 처음 이야기한 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중앙에서 흐름의 여론과 밑바닥의 민심은 다르다”고 강조했다.
◆ 손학규 “김문수가 양보해야”
손학규 바른미래당 상임선대위원장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엊그제 안철수 후보와 김문수 후보가 만났다"며 “김문수 후보도 안 되는 게 뻔한 선거를 해야 하는지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 위원장은 “정치라는 건 결단의 미학”이라면서 “아무래도 지금 기세로 보면 안철수가 우세하고 안철수가 대표성을 갖고 있다"며 김 후보의 양보를 촉구했다.
안 후보와 김 후보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하는 데 대해선 "여론조사에서 큰 차이가 안 난다는 건 맞는데, ARS 응답률이 1, 2% 정도인 조사에서는 김문수 후보가 좀 우세하지만 전화면접으로 응답률이 10%가 넘는 좀 더 신빙성이 있는 조사에선 확실히 안철수가 우세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 시간이 별로 없기는 하지만 쏠림 현상이 조금이라도 벌어지고 하면 단일화에 대한 결단이 전혀 무관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 결국은 김문수 후보의 결단에 달렸다"고 덧붙였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