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트럼프에게 원산 카지노 투자 요청”

입력 2018-06-05 08:06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북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을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달받고 있다. 사진=댄 스카비노 백악관 소셜미디어국장 트위터 캡처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원산·마식령 일대 관광상품 개발 투자금 지원을 요청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동아일보는 김 부위원장이 지난 1일(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과의 백악관 면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위임을 받아 이 같은 입장을 전달했다고 5일 보도했다.

매체는 한미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김 부위원장이 원산 카지노 조성과 마식령 스키장 증설 계획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고 전했다.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 건설’은 김 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최단기간 내에 완공할 것을 지시한 사업이다. 북한 최고의 역점사업으로 꼽히며, 김 위원장의 어머니 고용희씨가 자주 머물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김 위원장은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식이 있었던 지난달 26일에도 원산 갈마지구를 시찰했다. 현장에서 “내년까지 완공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매체에 따르면 김 부위원장은 대북제재로 인한 어려움도 언급했다. 특히 미 행정부가 독자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금융제재에 따른 고통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북한의 금융과 경제에 관한 전방위적 제재를 골자로 하는 대북제재강화법을 2016년 발효했다. 북한은 이후 국제 금융결제 시스템에 대한 접근 자체가 불가능했다.

김 부위원장은 4일 중국 베이징에서 고려항공 편에 탑승해 평양으로 돌아갔다. 김 부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나눈 90분간의 면담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김 부위원장이 전달한 김 위원장의 거대 친서도 비밀에 부쳐졌다. 다만 면담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취재진에게 “거의 모든 것을 얘기했다”고 밝혔다. 친서에 대해서도 “매우 멋진 편지였다. 흥미로웠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백악관을 떠나는 김 부위원장을 문밖까지 나가 배웅하며 어깨를 두드리는 등 친근한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면담이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북미 실무협상팀은 이날 판문점에서 사흘 연속 회담을 진행하며 정상회담 핵심 의제에 대한 막바지 조율 작업을 벌였다. 양국 협상팀은 성 김 주필리핀 미대사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이끌고 있다. 양측은 필요하면 12일 열릴 예정인 정상회담 직전까지 회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