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벼락 갑질’ 조현민 대한항공 전 전무로 추정되는 폭언 음성파일이 또 등장했다. 이번이 세 번째다. 본사 간부에게 욕설을 퍼붓는 음성이 처음 공개됐고, “월급에서 깔까”라며 직원을 반말로 다그치는 파일이 나온 바 있다. 이번 파일은 가장 최근인 지난 3월 8일에 녹음된 것으로 보인다. 조 전 전무가 광고대행사 직원에게 음료를 뿌리고 벽 쪽을 향해 컵을 던졌던 사건이 발생하기 불과 일주일쯤 전이다.
오마이뉴스는 카카오톡 익명 단체 대화방인 ‘대한항공 갑질·불법·비리 제보방’에서 입수한 녹음파일을 4일 전했다. 조 전 전무 추정 여성은 반말로 누군가를 윽박지르고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고함을 쳤다. 점점 더 큰 목소리로 소리를 지르던 이 여성은 급기야 “당장 다시 해 와! 아악”이라며 악을 썼다. 물건을 집어 던지는 듯한 소리도 파일에 담겼다.
제보자는 “EMQ의 고성·폭언 파일”이라며 “나는 대화 당사자는 아니다”라고 매체에 밝혔다. EMQ는 조 전 전무의 영어 이름은 ‘에밀리(Emily)’와 ‘마케팅 여왕(Marketing Queen)’의 앞글자를 딴 것이다. 대한항공은 영어 문자 3개를 조합한 코드로 주요 임원들을 지칭하고 있다. 조 전 전무의 코드명은 본인이 직접 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 측은 이에 “조 전 전무로 특정할 수 없다”면서 “순간 화를 자제하지 못한 모습이 최근 부각돼 보도되고 있는데 조 전 전무가 그런 모습만 보였던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어 “평소 싹싹하고 상냥한 스타일이며 아이디어도 많고 장점도 많은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한진가 총수 일가 중 가장 먼저 구속 위기에 처했던 조 전 전무는 피해자와 극적인 합의 끝에 불구속 상태로 수사를 받고 있다. 경찰은 조 전 전무를 업무 방해 혐의로만 검찰에 송치했다. 반의사불벌죄인 폭행죄는 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출국정지 상태다.
조 전 전무의 어머니 이명희씨, 언니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오빠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은 음성파일이 공개된 날 연달아 조사를 받았다. 이씨는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했고, 조 전 부사장은 관세청 인천본부세관에 나가 밀수 혐의에 대해 조사받았다. 조 사장의 경우 인하대 부정 편입학 의혹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교육부에서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한편 이씨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법원은 “범죄혐의 일부의 사실관계, 법리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있는 점, 피해자들과 합의한 시점과 경위, 내용 등에 비춰 피의자가 합의를 통해 범죄사실에 관한 증거인멸을 시도했다고 볼 수 없다”며 “그밖에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볼만한 사정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고 도망의 염려가 있다고 볼 수 없는 점을 종합했다”고 설명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