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천 가지의 말로도 대신 할 수 없는 순간이 있습니다. 일곱 살 소녀에게는 이 ‘만남’이 바로 그런 순간이었습니다.
미국 유타주에 살고 있는 아드리아나 아빌레스는 올해로 일곱 살입니다. 지금은 여느 아이들처럼 밝고 건강한 모습이지만 아드리아나에겐 남다른 과거가 있습니다.
3년 전인 2015년, 아드리아나는 백혈병 진단을 받았습니다. 네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힘겨운 치료가 계속됐죠. 고통을 끝낼 수 있는 방법은 오직 골수이식뿐. 아드리아나와 가족은 골수 기증자가 나타나기만을 간절히 기다렸습니다.
다행히 아드리아나는 자신과 딱 맞는 골수 기증자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빠르게 이식 수술이 진행됐고, 아드리아나는 2016년 완치 판정을 받았습니다. 평범한 삶이 선물처럼 찾아왔습니다. 소녀는 알고 있었습니다. 자신이 누군가의 희생으로 새 생명을 얻었다는 걸요.
아드리아나의 가족은 올해 ‘마더스 데이’(어머니의 날)를 기념해 골수 기증자를 만나기로 했습니다. 꼭 한번 직접 감사 인사를 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골수기증단체 통해 찾은 아드리아나의 ‘천사’는 29세 청년 마이크 라우레아노. 라우레아노는 대학생 시절 골수기증을 신청했다고 합니다.
드디어 라우레아노를 만나기로 한 날, 아드리아나는 벅찬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습니다.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었죠.
하루종일 집 안을 서성이던 소녀는 라우레아노가 도착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결국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마침내 문이 열리고, 아드리아나는 그대로 엉엉 울면서 청년의 품에 안겼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아이는 흐느끼는 목소리로 외쳤습니다. 그것으로 충분했습니다.
라우레아노는 골수기증이 “당연한 일”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나는 내 삶을 건강하게 살고 있었고, 다른 사람도 건강한 삶을 살도록 돕고 싶었다”며 “인간으로서의 의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죠.
라우레아노는 또 “아드리아나의 엄마에게 연락을 받고 이 놀라운 가족을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기쁨과 행복이 넘쳤다”면서 “앞으로도 아드리아나가 건강하게 잘 지내길 바란다”고 전했습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