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억원 뇌물수수 및 349억원 다스 비자금 횡령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명박 전 대통령의 2차 공판이 6시간 만에 종료됐다. 재판부는 이달 말부터 주당 1회씩 공판기일 늘리겠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 심리로 4일 열린 공판에서 이 전 대통령은 교도소 수감 생활의 불편함을 토로하며 건강 문제로 장시간 재판을 받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달 28일에도 건강 상 이유를 들어 재판에 나오지 않은 채 선별적 출석을 요구했지만 재판부는 모든 재판에 출석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 전 대통령의 변호를 맡은 강훈 변호사는 이날 오후 3시45분쯤 “이 전 대통령이 더 이상 못 있겠다는 의사를 표했다”면서 “(재판이) 상당히 힘드신 것 같다”고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은 오전 재판에서도 한 차례 휴정을 요청했다.
그는 “내 건강을 지금까지 지인들에게 숨기고 살아왔는데 교도소에 들어오니까 (건강 문제를) 감출 수 없게 됐다”면서 “교도소에서는 진찰을 받으라고 하는데 진료를 받으러 나가며 특별대우를 했다는 여론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교도소에) 와서 두 달간 잠 안자도 살 수 있다는 것, 밥을 안 먹어도 배가 고프지 않다는 걸 이번에 알았다”고 토로했다.
이 전 대통령의 종료 요청에 재판부가 “30분 정도 넉넉하게 휴정하고 나서도 어렵겠느냐”며 진행 의사를 물었지만 이 전 대통령은 “조금 힘들 것 같다. 죄송하다”고 답했다. 재판은 시작한 지 6시간가량이 지난 오후 3시50분쯤 종료됐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공판에서 차명 재산 관련 의혹의 시발점인 ‘도곡동 땅’에 대해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했다. 그는 “도곡동 땅 위치가 정확히 어딘지 몰랐는데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보니 현대그룹이 가지고 있던 체육관 경계에 붙어 있는 땅이더라. 내가 현대에서 7~8개 회사 대표이사를 맡으면서 정주영 전 회장의 신임을 받은 사람이다. 어디 땅 살 데가 없어서 현대 땅 옆에 있는 걸 사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현대건설 재임 중 개인적으로 부동산에 투자한 적은 없고 사려면 더 좋은 땅을 살 수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7일로 예정된 기일에 오늘 못한 증거조사를 이어서 하겠다”며 “이달 마지막 주부터는 기일을 (일주일에) 한 번 더 늘리는 식으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3차 공판은 7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열릴 예정이다.
김종형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