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대표팀은 볼리비아와 단 한 차례 만나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1994 미국월드컵 본선 조별리그에서였다. 올림픽·청소년 전력까지 통틀어 볼리비아와 대결은 이 경기밖에 없었다.
한국과 볼리비아는 그해 6월 23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인근 폭스보로 스타디움에서 열린 월드컵 조별리그 C조 2차전에서 0대 0으로 비겼다. 한국의 월드컵 도전사에서 지금까지 명승부로 손꼽히는 스페인과 1차전에서 2대 2로 무승부를 챙겼던 한국은 볼리비아를 상대로 다시 승점을 따내 16강 진출 가능성을 높였다.
당시만 해도 월드컵 본선 진출국은 24개국, 1라운드는 6개 조로 편성됐다. 조별리그 1·2위 12개국과 더불어 각조 3위 중 성적이 좋은 4개국이 16강 토너먼트로 진출할 수 있었다. 조별리그에서 3무를 기록해도 16강에 진출할 가능성은 높았다. 한국은 3차전에서 독일에 2대 3으로 져 2무1패로 탈락했다.
볼리비아와의 승부에서 팽팽했던 것은 결과만이 아니었다. 한국은 볼리비아를 상대로 밀리지 않은 경기를 펼쳤다. 황선홍과 김주성이 투톱으로 볼리비아 골문을 겨냥했고, 홍명보는 후방을 단단하게 걸어 잠갔다. 볼리비아는 남미 예선에서 고산지대의 이점을 안고 펄펄 날았지만, 미국 대서양 연안도시의 낮은 해발에서는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다.
한국과 볼리비아는 그렇게 처음이자 마지막 대결을 월드컵 본선에서 갖고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2018 러시아월드컵 개막을 일주일 앞둔 오는 7일 밤 9시10분(한국시간)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티볼리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한국과 볼리비아의 평가전은 24년 만에 성사된 두 번째 대결이다.
신태용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러시아 입성을 앞두고 유럽 환경을 적응하기 위해 사전 베이스캠프를 꾸린 오스트리아에서 첫 평가전 상대로 볼리비아를 지목했다.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F조 2차전에서 만날 멕시코를 대비한 경기다. 멕시코와 볼리비아 모두 고산지대여서 대표팀 선수들의 공격 템포나 체력고갈 속도가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