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총수일가는 4일 ‘초조한 하루’를 보냈다. 조양호 회장의 부인 이명희씨가 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았고, 큰딸 조현아씨는 피의자 신분으로 관세청에 출석해 밀수 혐의 조사를 받았다. 교육부는 아들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의 불법편입학 의혹에 대한 현장조사를 시작했다.
서울중앙지법 박범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4일 운전자 폭행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약 2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 전 이사장은 오전 10시20분쯤 검은색 정장차림으로 서울 서초동 법원종합청사에 도착했다.
심경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고개를 숙인 채 “죄송하다. 여러분께 다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한 뒤 영장심사가 열리는 319호 법정으로 향했다. 낮 12시30분쯤 영장심사를 마치고 나온 이 전 이사장은 취재진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고 입을 굳게 다문 채 호송차에 올랐다.
앞서 경찰은 이 전 이사장을 두 차례 조사하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2011년 8월부터 지난 3월까지 운전기사와 협력업체 직원 등 11명에게 24차례에 걸쳐 폭언·폭행한 혐의 등이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를 받아들여 지난달 31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교육부는 인하대로 조사 인력을 파견해 조원태(43) 대한항공 사장의 부정 편입학 의혹 현장 조사에 착수했다. 조 사장의 1998년 인하대 부정 편입학 의혹뿐 아니라 이 학교의 편입학 운영실태 전반에 대해서도 들여다본다.
당시 부정 편입 의혹이 불거졌을 때 이를 조사했던 교육부 판단과 처분이 적절했는지도 살펴볼 예정이다. 교육부는 1998년 조사 때 인하대 재단에 편입학 업무 관련자 징계를 요구하면서도 조 사장의 편입 취소 처분을 내리지 않았다.
관세청 인천세관본부는 4일 해외에서 구매한 개인 물품을 관세를 내지 않고 국내로 몰래 들여온 혐의로 조현아(44) 대한항공 전 부사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했다. 관세청은 조 전 부사장을 상대로 대한항공 항공기 등을 통해 밀수를 저질렀는지를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관세청은 앞서 지난달 21일 경기도 일산의 대한항공 협력업체와 직원 자택 등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밀수품으로 의심될만한 2.5t 분량의 물품을 발견했다. 압수 당시 일부 물품 박스의 겉면에는 조 전 부사장을 의미하는 것으로 알려진 ‘DDA'라는 코드가 부착돼 있었다. 관세청이 밀수·탈세 혐의를 받는 한진그룹 총수 일가를 직접 소환해 조사한 것은 조 전 부사장이 처음이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