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자도 살 수 있고, 굶어도 배 안 고파” MB가 밝힌 수감생활

입력 2018-06-04 14:32
'다스 의혹' 이명박 전 대통령이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2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111억원 뇌물수수 및 349억원 다스 비자금 횡령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4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2차 공판에서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며 교도소 수감 생활에 따른 불편함을 토로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정계선) 심리로 열린 공판에 이 전 대통령은 짙은 색 양복 차림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거동이 다소 불편한 듯 방청석 난간을 짚으며 걸어서 입정했다. 앞서 호송차에서 내릴 때는 교도관의 부축을 받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은 당초 건강상 이유로 ‘선별적 출석’을 요구했다가 재판부로부터 “모든 재판에 출석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이날 오전 재판이 진행되는 1시간 동안 그는 건강 문제를 이유로 1차례 휴정을 요청했다. 이 전 대통령은 “내 건강을 지금까지 지인들에게 숨기고 살아왔는데 교도소에 들어오니까 감출 수 없게 됐다”며 “교도소에서는 진찰을 받으라고 하는데 진료를 받으러 나가면 특별대우를 했다는 여론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참 고통스럽기는 하다. (교도소에) 와서 두 달간 잠 안 자도 살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밥을 안 먹어도 배가 고프지 않다는 걸 이번에 알았다”고 수감생활의 고통을 토로했다.

이 전 대통령은 “차마 (이런 이야기를) 내 입으로 하기가 싫다”며 “(재판을) 기피하려는 생각이 없다. 적극적으로 하고 싶은 사람이기 때문에 재판장님께서 그렇게 이해를 해주셨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또 “쓰러져서 못나오는 것보다 낫지 않느냐. 하다하다 도리가 없어 (재판에) 나왔다”고도 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공판에서 차명 재산 관련 의혹의 시발점인 '도곡동 땅'에 대해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강하게 주장했다. 그는 “도곡동 땅 위치가 정확히 어딘지 몰랐는데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보니 현대그룹이 가지고 있던 체육관 경계에 붙어 있는 땅이더라”며 “내가 현대에서 7~8개 회사 대표이사를 맡으면서 정주영 전 회장의 신임을 받은 사람이다. 어디 땅 살 데가 없어서 현대 땅 옆에 있는 걸 사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현대건설 재임 중에 개인적으로 부동산에 투자한 적은 단 한 건도 없다”며 “살려면 더 좋은 땅을 살 수도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 전 대통령은 “검찰이 딱 내 땅이다, (내가) 투자한 것이다, 라고 가정을 해놓고 수사하고 있다. 현대에 있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땅 매입 혹은 투자)하려면 더 좋은 곳에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