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부를 10시간 동안 방치하고 간호사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로 분만 준비를 지시했다가 신생아를 사망하게 만든 의사에 대해 법원이 1억50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4일 뉴스1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15부(부장판사 유석동)는 강남의 한 산부인과 의사 A씨를 상대로 산모 B씨와 남편이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2015년 1월 임신 9개월이었던 B씨는 진통을 느끼자 주치의인 A씨의 병원을 찾았다. 주치의가 최종 분만까지 임신부를 책임지는 책임분만제를 도입했던 병원 측은 다시 병원에 없던A씨에게 B씨의 입원 사실과 자궁이 열린 정도, 진통 세기 등을 카카오톡 메시지로 보고했다. A씨는 B씨의 입원 사실을 알게 된 오전 6시20분경부터 오후 4시경까지 10시간 동안 병원에 오지 않고 카카오톡으로 간호사에게 유도분만제인 옥시토신 투여 등을 지시했다.
아기는 A씨가 도착한 지 1시간여만에 자연분만으로 태어났지만 출생 직후 울음이 없고 호흡이 불규칙해 바로 대형병원으로 이송됐다. 이후 입원 치료도 받았지만 결국 3개월 만에 사망했다. 이에 재판부는 A씨가 임신부의 경과를 관찰해야 할 의무, B씨에 대한 유도분만제 투여 과정에서 A씨의 과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소송이 제기되자 A씨가 진료기록부를 위조한 것에 대한 배상 책임도 인정했다.
재판부는 “A씨는 유도분만제의 투입을 간호사에게 지시하고 환자의 상태를 정확하게 확인하지 않았다”며 “간단한 카카오톡 메시지 내용만을 근거로 투여를 지시하면서 구체적인 투약량은 언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사는 분만 중 태아의 심박동수 및 자궁수축 등 산모와 태아에 대한 감시 및 관찰을 세심하게 해야 할 주의 의무가 있다”며 “이를 게을리한 과실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출산은 모든 기술을 다해 진료하더라도 예상외 결과가 생기는 것을 피할 수 없고, A씨 아이에 생긴 저산소성 허혈성 뇌병증은 신생아들에게 흔하게 발생하는 원인불명 질환”이라며 A씨의 배상 책임을 40%로 제한했다.
신혜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