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에게 상습적으로 폭언과 폭행을 일삼은 혐의를 받고 있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부인 이명희(69)씨가 4일 오전 10시20분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씨는 이날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을 예정이다.
녹색 와이셔츠를 입고 등장한 이씨는 심경을 묻는 질문에 “죄송하다”고 답했다. 취재진이 “누구에게 죄송하다는 것이냐”고 재차 묻자 “여러분께 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위를 던진 적 있나” “직원을 회유한 적이 있나” “재단 이사장을 왜 그만뒀나” 등의 물음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이씨는 지난달 4월 24일 이사장으로 있던 일우재단에 사임서를 제출했고, 재단이 최근 수리했다.
앞서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이씨에게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상습폭행·특수폭행, 상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운전자폭행), 업무방해, 모욕 등 7가지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씨는 자택 경비원이 출입문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가위를 던지고, 하얏트 호텔 조경 설계업자 팔을 밀치거나 공사자재를 발로 차 업무를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2014년 8월부터 지난 3월까지 11명을 상대로 총 24건의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는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특별한 죄의식 없이 사회적 약자인 피해자들에게 상습적으로 폭행과 모욕·상해를 지속적으로 가했지만 중대한 사항임에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면서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구속영장 신청 이유를 설명했다.
대기업 총수 부인이 경찰 소환 조사를 받은 것은 이씨가 처음이다. 이씨가 구속되면 총수 부인이 수감되는 첫 번째 사례가 된다. 이씨의 구속 여부는 심사 당일 늦은 밤이나 이튿날 새벽께 결정될 전망이다.
아들 조원태(43) 대한항공 사장과 딸 조현아(44) 전 부사장도 같은 날 조사를 받는다. 조 사장은 인하대 부정 편입학 의혹에 휩싸였고 조 전 부사장은 밀수 혐의를 받고 있다. 교육부는 조 사장 관련 의혹 사실관계 파악을 위해 조사관 5명을 이틀간 인하대에 파견할 방침이다. 조 전 부사장은 어머니 이씨보다 약 20분 이른 오전 10시쯤 인천본부세관에 출석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