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년과 내후년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신중해야 한다며 ‘속도조절론’을 제기했다. KDI는 다만 올해 16.4% 인상된 최저임금 정책은 큰 부작용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KDI는 4일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 “올해 최저임금 대폭 인상에도 불구하고 고용감소 효과는 크지 않다”면서도 “내년과 내후년에도 대폭 인상이 반복되면 고용 감소 폭이 커지고 임금질서가 교란돼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이란 문 대통령 공약을 보다 현실적으로 다듬어야 한다는 주장으로 해석되고 있다.
◇“올해 최저임금 인상, 고용감소 효과 크지 않아”
KDI는 시간당 7530원으로 16.4% 인상된 올해의 경우엔 최저임금에 따른 고용감소 효과가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최경수 선임연구위원은 “최저임금이 적용되는 임금근로자 증가폭이 1월 32만명에서 4월 14만명으로 축소됐지만 최저임금 영향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최 연구위원은 세 가지 이유를 들었다.
①1월 임금근로자 증가폭은 예외적이며, 2017년 연평균 증가 폭은 26만명이다. 지난해 평균치(26만명)와 비교하면 4월의 고용 축소 규모는 12만명이다 ②인구 증가폭이 지난해보다 약 8만명 줄어든 탓에 임금근로자가 약 5만명 감소했다. 때문에 (12만명이 아니라) 실질 감소폭은 7만명이며, 그마저도 제조업 구조조정에 따른 고용 감소 영향을 감안하면 최저임금에 따른 영향은 제한적이다 ③최저임금 근로자가 많은 청년층(15~24세), 50대 여성, 고령층에서 고용 감소 폭이 크지 않았다.
◇“내년과 내후년 15% 인상은 부작용이 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은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 수준으로 인상하는 것이다. 이를 달성하려면 내년과 내후년 평균 15.3% 가량 인상돼야 한다. 하지만 최 연구위원은 내년과 내후년에도 최저임금을 올해 수준으로 인상하는 것에 우려를 표시했다.
우선 최저임금 근로자 비중이 고용 감소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다. 최 연구위원은 “최저임금이 급속히 인상되면 최저임금 120% 미만 비중이 2017년 9%에서 2018년 17%, 2019년 19%, 2020년 28%로 증가한다”며 “최저임금이 15%씩 인상됨에 따른 고용영향은 2019년 9만6000명, 2020년 14만4000명으로 확대된다”고 분석했다. 일자리안정자금 등 완충장치에도 불구하고 최저임금으로 고용이 줄어드는 부작용을 감당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임금 질서를 교란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①서비스업 저임금 단순노동 일자리가 줄어든다. ②하위에서 약 30% 근로자가 동일임금을 받으면 경력에 따른 임금 상승요인이 사라져 근로자의 지위상승 욕구가 약화되고 인력관리가 어려워진다 ③정부 지원이 어려워진다. 2018년에는 일자리안정자금 3조원으로 고용감소 효과를 상쇄할 수 있지만 최저임금 일자리가 급격하게 늘어나면 안정자금 부담도 커진다 ④최저임금 근로자 지원금이 커지면 정부지원금 때문에 임금 인상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 현재 190만원 이하인 일자리안정자금 지급기준 때문에 근로자 임금 상한선이 190만원이 될 수도 있다.
최 연구위원은 이런 이유로 “최저임금의 계속 인상은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을 수반해 순기능보다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며 “최근 최저임금제도를 도입한 독일은 2년마다 조정하는데 그 이유는 최저임금 인상효과를 판단하는 데 최소 2년이 소요된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