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미한 접촉사고가 나면 무조건 ‘목부터 잡고 내린다’는 말이 있습니다. 가벼운 충격인데도 엄살을 부리는 운전자들이 많다는 점을 빗댄 표현입니다. 차량 수리를 받는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범퍼에 약간의 흠집이나 번호판 자국 정도가 남았을 뿐인데 전체를 교체하고 차량 렌트까지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합니다.
그런데 여기 조금 다른 선택을 한 운전자들이 있습니다. ‘관용의 나비효과’를 기대하면서요. 3일 중고차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 인기 글로 나란히 오른 두 사연이 화제를 모았습니다. 한 이용자는 접촉사고 피해자로 관용을, 다른 이용자는 가해자로 감사를 전했습니다.
먼저 접촉사고로 피해를 입었다는 네티즌은 “캔커피 하나와 뒷범퍼를 맞트레이드 했다”면서 “뭐 좋은 일 있지 않겠습니까”라고 즐거워했습니다.
사연은 이렇습니다. 골목길에서 만난 트럭이 자신의 차량 후미를 추돌했다고 합니다. 트럭 운전자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죄송합니다”라고 말끝을 흐렸다는데요. 먼저 보험처리를 하거나 도색값을 요구했지만 계속해서 난감해 하는 트럭 운전자를 보고 마음을 돌렸다고 합니다.
이 네티즌은 도색비용을 주겠다는 트럭 운전자에게 이렇게 물었다고 합니다.
“혹시 차에 물티슈 있으세요??”
티슈로 사고 부위를 닦아보니 도색이 벗겨져 티가 꽤 났지만 다시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에이 그냥 가시죠!!! 뭐 그냥 탈랍니다. 대신 커피나 한잔 사주십쇼.”
이 네티즌은 자신의 차가 거의 신차나 다름없는 독일산 고급 외제차라면서 “차는 뭐 부딪히고 까지고 하는 것”이라고 했는데요. 그가 트럭 운전자에게 보낸 메시지는 더 인상적입니다. “다음에 비슷한 사고가 난다면 관용을 베풀어주세요.”
다음은 가해자 측 입장을 전한 사연입니다. 아버지에게 차를 빌려드렸는데 주차된 차를 빼다가 뒷차를 추돌했다고 합니다. 아버지가 되레 화를 내면서 상황이 꼬일 뻔 했지만 황급히 내려가 여러차례 사과를 했다고 합니다.
사과 덕분이었을까요? 피해 차주는 “살짝 찍힌 것이라서 괜찮다. 그냥 넘어가겠다”는 메시지를 보내왔다고 합니다. 아버지가 계속 적반하장격으로 나왔다면 결과는 달라졌겠죠. 진심이 담긴 말 한마디가 선한 결과를 불러온 것입니다.
네티즌들은 관용을 베푼 차주에게는 “당신이 천사”라는 댓글을 달았고 감사를 전한 네티즌에게는 “당신은 천사를 만났다”고 했습니다.
조금이라도 손해보면 양보하면 큰일 나는 팍팍한 세상에서 한번쯤 천사가 돼 보는 건 어떨까요?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