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미터 “홍준표에 투표했음을 숨기는 ‘샤이 홍준표’ 현상 뚜렷”

입력 2018-06-04 09:45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4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여론조작’ 주장에 반박하며 ‘샤이 홍준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보수 성향 유권자들이 여론조사에 응답하지 않거나 응답 시에도 성향을 숨기는 ‘샤이(shy) 보수’ 현상처럼 지난 대선 때 홍준표 후보에게 투표했던 이들이 최근 그렇게 투표한 사실을 숨기려 한다는 것이다.

‘샤이 홍준표’ 진단은 홍 대표가 ‘여론조작의 증거’라며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를 언급하자 리얼미터가 이를 반박하는 과정에서 제기됐다. 홍 대표는 3일 페이스북 글에서 “리얼미터의 경남 지역 여론조사 응답자 중 문재인 지지자는 400명, 홍준표 지지자는 200명이었다. 경남은 대선 때 내가 이겼던 곳이다. 내 지지자 응답이 당연히 더 많아야 하는데 문 대통령 지지자의 절반밖에 안 된다. 여론 조작의 증거는 바로 이런 것”이라고 했다.

이에 권순정 리얼미터 조사분석실장은 입장문을 냈다. 그는 “현재 '샤이 홍준표'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홍준표 후보에게 투표했음에도 다른 후보에게 투표했다거나 '모르겠다'고 거짓 응답을 하는 것이 '샤이 홍준표' 현상이 나타나는 한 방식이고, 또 다른 방식은 아예 여론조사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권 실장은 “이러한 샤이 홍준표 현상은 다수 의견이 어느 한 쪽으로 모아지고 있을 때 소수 의견을 숨기는 '침묵의 나선(spiral of silence)' 효과에 의한 것”이라며 “이는 여론조사에서 통제를 할 수 없는 부분이다. 홍준표 후보에게 투표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투표했다고 거짓 응답을 하거나 여론조사에 참여하지 않는 것을 조사기관이 어떻게 할 수가 없다”고 했다.

이어 “홍준표 후보의 득표율만큼 응답을 받기 위해 계속 여론조사를 하는 것이 맞을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권 실장은 “홍 후보의 득표율만큼 응답을 계속 받는다는 것은 성별, 연령별, 지역별 비율에 따라 응답을 받듯이 19대 대선 후보의 득표율에 맞게 응답을 받으라는 것인데, 과연 이것이 올바른 여론조사일까?”라고 했다.


권 실장은 “홍준표 대표의 주장대로 한 번 해보자. 19대 대선에서 홍준표 후보에게 투표한 비율에 다다를 때까지 조사를 계속하는 것 자체가 여론조작이 될 수 있으므로, 일단 1000명이면 1000명, 800명이면 800명의 목표 응답자를 다 채우고 난 후에 사후 통계보정으로 홍준표 후보에 투표한 사람에게 가중치를 더 준다고 가정해보자. 과연 이것이 여론조사가 목표로 하고 있는 현재의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는 것일까?”라고 덧붙였다.

그는 홍준표 대표의 주장대로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것이 오히려 여론을 왜곡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준표 후보에게 투표했음에도 다른 후보에게 투표했다거나 ‘모르겠다'고 거짓 답변한 응답자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홍 대표 소속 정당의 후보를 지지하기보다 다른 당 후보를 지지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도 했다.

“왜냐하면 거짓 답변은 이전에는 좋아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며, 선호도가 떨어진 사람과 함께 정치활동을 하는 후보에 대한 선호도 역시 낮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 홍준표 후보에게 투표했던 사람들 다수가 여론조사에 참여하지 않았다면, 이들 중 상당한 수는 실제 투표에도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일반적으로 여론조사에 잘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은 투표에도 잘 참여하지 않는다.”

권 실장은 “바로 이런 측면에서 홍준표 후보의 득표율만큼 응답자를 받을 때까지 조사를 계속하는 것과 사후 통계보정으로 홍준표 후보의 득표율만큼 가중치를 부여하는 것이 오히려 변화된 민심을 왜곡하는 것이며, 실제 투표 결과와 상반되거나 매우 다른 결과를 낳아 2년 전 4.13 총선에서와 같이 여론조사의 재앙을 또 다시 잉태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