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청소년들에게 교육상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통학로 인근 당구장 설치를 불허한 것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당구장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 판결이라거나 교육환경보호구역 금지업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는 당구장 예비업주 배모씨가 서울 강동송파교육지원청 교육장을 상대로 “당구장의 ‘교육환경보호구역 내 금지행위 및 시설 제외 신청 거부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했다고 3일 밝혔다.
배씨는 교육환경보호구역 내의 금지행위 및 시설에서 당구장을 빼달라고 지난해 6월 교육지원청에 신청했으나 거부당하자 행정소송을 냈다. ‘교육환경보호법’은 교육환경보호구역에서 당구장을 개설하려면 지역 교육환경보호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인허가를 받도록 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당구 자체는 건전한 스포츠나 장소와 환경에 따라 신체적·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청소년들에게 교육상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구장이 금연구역으로 지정됐으나 여전히 흡연실을 설치할 수 있고 청소년 출입을 배제하고 성인들만을 대상으로 운영하도록 할 법률상 근거가 없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1993년 헌법재판소의 ‘18세 미만의 당구장 출입금지’ 위헌 판결 이후 25년이 지났지만 당구장은 유해업소라는 인식이 여전한 셈이다.
하지만 당구장을 탈선의 주 무대로 여기던 인식은 많이 달라졌다. 금연구역으로 지정돼 청소년 흡연을 막을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다. PC방, 멀티방, 코인 노래방 등 청소년들이 모여들 장소가 많이 생기면서 당구장은 청소년들에게 외면 받고 있다. 주니어 당구 대표가 활발히 활동하고 학교에서는 당구를 특별활동시간에 가르칠 정도로 당구에 대한 인식도 개선됐다.
권일남 명지대 청소년지도학과 교수는 “새로운 청소년 유해업소가 나타나는 추세가 굉장히 빠른데 법이 못 따라가고 있다”며 “과거 사행성 스포츠로 꼽혔던 당구가 스포츠산업으로 육성되고 있는 상황에서 당구장이 유해업소인지 새롭게 판단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