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 같은 승리는 일어나지 않았다. 김효주(23·롯데)가 7타차 열세를 극복하고 연장 승부를 벌였지만 아리아 주타누간(태국)에 패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두 번째 메이저대회인 US여자오픈에서 준우승에 머물렀다. 1998년 US여자오픈 박세리가 양말을 벗고 연못에까지 들어가 공을 치는 ‘맨발 투혼’을 발휘하며 20홀 연장전 끝에 우승을 차지했던 신화는 재연되지 못했다. 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모습만은 20년 전 박세리를 떠올리게 했다.
김효주는 4일(한국시간) 미국 앨라배마주 버밍햄 인근의 쇼얼 크리크 골프장에서 열린 US여자오픈 마지막날 4라운드에서 5언더파 67타를 쳤다. 보기 없이 버디만 5개를 잡았다. 최종합계 11언더파 277타를 기록한 김효주는 아리아 주타누간(태국)과 동타를 이뤄 연장전에 돌입에 성공했다.
6타차 3위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한 김효주는 전반에 3타를 줄인뒤 후반에도 12, 15번홀에서 버디를 잡아 5타를 줄였다. 반면 주타누간은 버디를 6개 잡았지만 보기 4개 트리플보기 1개로 1타를 잃어 김효주에 동타를 허용했다. 전반 9홀까지 주타누간은 9개 홀에서 버디 5개, 보기 1개를 묶어 4타를 줄여 김효주와 차이를 7타 차로 벌이기도 했다.
연장은 2홀 합산 결과로 승부가 가려진다. 14번홀(파4)에서 진행된 연장 첫 홀에서는 김효주가 버디로 한타 앞섰다. 하지만 18번홀(파4) 보기를 기록했다. 두 홀에서 모두 파를 기록한 아리야 주타누간과 동타를 이루며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결국 서든데스 연장에 돌입했다.
서든데스 연장 첫 홀인 14번홀(파4)에서 김효주는 투온에 성공했지만, 주타누간은 세컨드 샷을 벙커에 빠뜨렸다. 찬스가 왔지만 김효주는 버디퍼트를 아깝게 놓쳐 다시 승부는 서든데스 연장 두 번째 홀로 이어졌다.
서든데스 연장 두 번째 홀인 18번홀(파4)에서 두 선수 모두 세컨드 샷을 벙커에 빠뜨렸다. 하지만 주타누간은 벙커샷을 홀에 가깝게 붙여 파에 성공했지만, 김효주는 보기에 그쳐 결국 우승은 주타누간에 돌아갔다.
US여자오픈은 한국과 인연이 깊었지만 이번에는 연이 닿지 않았다. 박세리가 1998년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뒤 김주연(2005년), 박인비(2008, 2013년), 지은희(2009년), 유소연(2011년), 최나연(2012년), 전인지(2015년), 박성현(2017년) 등이 18년 동안 9승을 기록했다. 김효주는 ‘박세리 20주년’에 9번째 이름, 10번째 우승에 도전했지만 아쉽게도 다음으로 미뤘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