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테르테, 강렬한 검은색 가죽 재킷… 의외로 신경 쓴 옷?

입력 2018-06-03 16:57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3일 인천공항으로 입국하고 있다. 뉴시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첫 방한길에 범상치 않은 패션센스를 뽐냈다. 검은색 가죽 재킷을 입고 우리 의장대 사열을 받았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3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 2박3일의 방한 일정을 시작했다. 전제국 방위사업청장의 안내를 받고 입국장에 들어서면서 두 줄로 늘어선 우리 전통 의장대를 향해 거수경례로 화답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입국 과정에서 가장 눈길을 끈 부분은 의상이었다. 남성의 경우 공식석상에서 보편적으로 정장을 입지만, 두테르테 대통령은 검은색 가죽 재킷으로 자신만의 패션센스를 고수했다. 셔츠·바지·구두 모두 검은색인 이른바 ‘올 블랙’ 차림새였다.

정상 외교에서 의상은 메시지를 담는 수단으로도 활용된다. 넥타이 색상 하나에 우의, 또는 적의가 나타나기도 한다. 하지만 두테르테 대통령은 평소 격식에 구애를 받지 않는 정상으로 유명하다. 필리핀 언론에서 체크무늬 남방이 ‘두테르테 대통령의 시그니처(특징)’로 묘사될 정도다.

검은색 가죽 재킷은 도발적이거나 적대적인 인상을 줄 가능성이 높은 의상이다. 하지만 두테르테 대통령이 첫 방한에 공격적인 메시지를 담았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우호를 다지거나 격식을 차려야 할 공식석상에서도 검은색 가죽 재킷을 입었다.

지난해 2월 필리핀 사관학교 재학생들을 만날 때 검은색 가죽 재킷을 입었다. 같은 해 6월 필리핀 빌라모 공군기지를 방문했을 때도 가죽 재킷 차림새였다. 색상만 황토색으로 평소와 달랐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3일 인천공항에서 우리 전통 의장대의 사열을 받으며 입국하고 있다. 뉴시스

전제국 방위사업청장(오른쪽 두 번째)이 3일 인천공항으로 입국한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을 안내하고 있다. 뉴시스

중국 중심의 아시아 경제회의인 보아오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방중했던 지난 4월에도 검은색 가죽 재킷을 입고 비행기에서 내렸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두테르테 대통령이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보다 더 신경을 쓰는 정상이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보아오포럼에서 시 주석을 만나 우호관계를 확인했다. 다만 시 주석을 만날 때만은 정장을 입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4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정상회담을 갖고 만찬을 나눌 계획이다. 양국의 국방·방위산업은 물론 교역·투자·농업·문화적 협력이 두 정상 사이에서 폭넓게 논의된다. 문 대통령과 두테르테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두 번째다. 두 정상은 지난해 11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처음 만났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