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버스와 거리에서 휴대전화로 여성의 다리와 허벅지만 골라 몰래 촬영한 20대 남성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범행사실로 적시된 촬영 횟수는 12차례, 촬영된 여성은 8명이었다. 촬영할 때 소리가 나지 않는 ‘무음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한 사실이 드러나 고의적 촬영임이 분명했다. 재판부는 이를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질타했다.
하지만 정작 판결에선 ‘무죄’를 선고했다. 세 가지 이유를 들었다. △피해 여성들이 입고 있던 치마가 그리 짧지 않았다 △육안으로 볼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 촬영하지 않았다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타인의 신체를 촬영한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다.
서울서부지법은 3일 성폭력범죄특례법상 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대학생 A(21)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A씨는 2017년 4월부터 6월까지 두 달간 경남 창원의 버스정류장과 버스 안, 길거리 등에서 여성 8명의 다리와 허벅지 등을 12차례 휴대전화로 몰래 촬영한 혐의를 받았다.
그는 버스에 앉아 있는 여성에게 다가가 휴대전화 ‘무음 카메라 애플리케이션’으로 허벅지를 촬영했다. 버스정류장에 함께 서 있던 여성의 다리를 찍거나 거리를 걷는 여성의 다리와 허벅지 등을 찍었다. 무릎 위 허벅지 부분까지 내려오는 치마를 입은 여성이 주로 타깃이 됐다.
재판부는 “몰카 범죄를 처벌하기 위해서는 촬영 부위가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인지 객관적으로 따져야 한다. 촬영 의도·경위·장소·각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피해 여성들이 입은 치마가) 노출이 심한 짧은 치마로는 보이지 않는다”며 “여성들의 다리에 초점을 두고 촬영하기는 했지만 육안으로 통상적인 방법을 통해 볼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게 촬영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A씨가 여성의 의사와 관계없이 사진을 촬영해 부적절한 행동을 한 것은 맞다”면서도 “하지만 그가 찍은 사진들이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촬영한 것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