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 경찰 총에 사망한 흑인… 배심원단 ‘4달러 배상’ 판결 논란

입력 2018-06-03 15:56
사진=미국 워싱턴포스트(WP) 웹사이트 캡처

2014년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흑인 남성이 백인 경찰의 총에 맞아 숨졌다. 경찰은 흑인 남성이 총을 들고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총은 사망한 남성의 바지 오른쪽 뒷주머니에 꽂힌 채 발견됐다. 이로 인해 인종차별 논란이 불거졌다.

사망한 흑인 남성의 유족은 경찰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최근 판결이 내려졌는데, 고작 ‘4달러(약 4000원)’를 배상하라는 충격적인 내용이었다고 CNN 등 미국 언론이 일제히 보도했다. 유족의 변호인은 ”배심원단의 결정은 일종의 모욕 주기“라며 “흑인의 생명은 4달러짜리라고 말하는 셈”이라고 반발했다.

그레고리 힐(사망 당시 30세)은 2014년 1월 14일 플로리다주 포트피어스의 자택 차고에서 백인 경찰 크리스토퍼 뉴먼의 총에 맞아 숨졌다. 힐은 자신의 차고에서 술을 마시며 음악을 듣고 있었다. 플로리다주 세인트루시 카운티의 경찰인 뉴먼과 에드워드 로페즈가 소음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두 사람이 차고 문을 노크하자 힐은 문을 열었다가 경찰임을 확인하고는 닫아버렸다. 그러자 뉴먼은 차고 문을 향해 4차례 총을 쐈다. 힐은 이 가운에 머리를 포함해 3곳에 총을 맞고 숨졌다.

경찰은 힐이 오른손에 총을 들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무기를 내려놓으라고 했는데도 힐이 경찰을 향해 총구를 겨냥한 뒤 문을 닫았다고 했다.

하지만 총은 힐의 바지 오른쪽 뒷주머니에 꽂힌 채 발견됐다. 총알도 들어 있지 않았다. 당시 9세였던 힐의 딸은 사망한 아버지를 발견했을 때 손에 총이 없었다고 증언했다. 유족의 변호인은 “만약 힐의 손에 총이 있었다면 경찰의 총을 맞았을 때 쓰러지며 바닥에 떨어뜨려야 했다”며 “세포조직이나 핏자국 혹은 땀이라도 총에 묻어 있어야 하지만 DNA 테스트 결과 그 어떤 것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힐의 어머니인 비올라 브라이언트는 수정헌법 14조와 15조를 근거로 뉴먼과 최종 책임자격인 세인트루시 카운티 보안관 켄 마스마라를 고소했다. 수정헌법 14조는 ‘법의 적정한 절차 없이 개인의 생명, 자유 또는 재산을 빼앗아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15조는 인종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브라이언트는 또 과도한 대응을 했다며 경찰특공대(SWAT)에 대해서도 소송을 냈다. 그는 SWAT가 현장에 최루탄을 과하게 발사해 현재 집에선 누구도 살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배심원단은 뉴먼의 손을 들어줬다. 뉴먼에게 아무런 잘못이 없고 마스카라에게만 1%의 잘못이 있으며, 99%는 힐의 잘못으로 봤다. 그러면서 배상금으로 힐의 장례비용 1달러, 힐의 세 자녀에게 각각 1달러씩 총 4달러를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조정이 이뤄질 경우 4달러의 1%인 4센트로 줄어들 수 있다.

유족의 변호인은 “이런 판결은 본 적이 없다”며 “패소했다면 한 푼도 주지 말아야 하고, 승소했다면 마땅한 배상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판결을 ‘팁’에 비유하며 “만약 팁을 받지 못했다면 고객이 깜빡했다고 생각하거나, 무례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1달러의 팁을 줬다면 그 의도는 모욕주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들(배심원)은 우리가 소송을 냈기 때문에 혼나야 한다고 말하고 싶은 건가? 아니면 힐의 아이들이 겪어야 할 고통의 정도가 고작 1달러뿐이라고 말하고 싶은 건가?”라며 “(판결은) ‘흑인의 생명은 대단치 않다’고 말하는 것”이라고 격분했다.

필립스는 항소의 뜻을 드러내는 동시에 유족을 지원하기 위한 모금을 호소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