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문은 꼭 2개 있어야…” 김정은·트럼프 회담장의 조건

입력 2018-06-03 15:16

“의전이 북미정상회담을 성공시킬 수도, 결렬시킬 수도 있다.”

싱가포르 라자라트남 국제학대학원의 그레이엄 옹-웹 교수는 스트레이츠타임스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열흘 앞으로 다가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은 ‘의제’ 못지 않게 ‘의전’에 그 성패가 좌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서로 적대하던 국가 간의 사상 첫 회담인 터라 회담의 형식적 균형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말이었다. 제3자 입장에서 북미정상회담을 준비 중인 싱가포르 정부는 이런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가며 양측 요구에 맞추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다.

싱가포르타임스는 3일 이런 분위기를 전하며 두 정상이 마주앉을 ‘회담장의 조건’을 예로 들었다. 회담이 열리는 방에는 ‘반드시 출입문이 2개 이상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다. 문이 하나뿐일 경우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중 누군가가 먼저 들어가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생기기에 ‘동시 입장’이 가능한 장소를 찾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현지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동등한 위치에서 회담한다는 인상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두 사람이 탄 전용기가 비행장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비교될 수 있어서 김정은 위원장의 도착 장면은 언론에 공개하지 않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두 정상이 각각 다른 호텔에 투숙하고 제3의 장소인 회담장으로 이동하는 방식을 택한 것도 한 쪽이 다른 쪽을 찾아가는 듯한 모양새를 피하기 위해서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샹그릴라 호텔, 김정은 위원장은 풀러튼 호텔에 묶고 정상회담은 카펠라 호텔 또는 센토사 섬의 다른 호텔에서 열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양국 정상이 사용할 차량의 격을 맞추는 것 역시 중요한 고려사항이다. 미국 측은 육중한 외관을 가진 대통령 전용 리무진을 싱가포르로 공수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북한은 현지에서 비슷한 급의 차량을 렌트할 것으로 알려졌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