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기사와 한진 계열사 직원, 공사 작업자 등에게 상습적으로 폭언·폭행한 혐의를 받는, 조양호 한진해운그룹 회장의 부인 이명희(69) 일우재단 이사장의 구속 여부가 이르면 4일 오후 결정된다.
3일 경찰과 법원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4일 오전 이 이사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박범석 영장전담 부장판사의 심리로 연다.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벼락 갑질’ 이후 검경 등 사정기관들이 한진그룹 사주 일가의 각종 불법행위를 수사해온 가운데, 이 이사장은 처음으로 일가 중 구속 심사를 받게 됐다.
이 이사장에 대한 영장 발부 여부는 심사가 끝난 4일 오후나 이튿날 새벽쯤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서울중앙지검은 지난달 31일 이 이사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이사장이 자신에 대한 혐의를 대체로 부인하자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한 데 따른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사회적 약자들에게 상습적으로 폭행과 모욕·상해를 가하는 등 사안이 중대한데도 이 이사장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며 “증거인멸 우려도 있다고 판단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 이사장은 지난달 28일과 30일 두 차례 경찰 조사를 받았지만 대체로 기억이 나지 않거나 폭언·폭행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CCTV에 찍힌 2014년 그랜드하얏트 인천 호텔 공사장에서 고성을 지르고 작업자를 밀친 부분만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2011년 8월부터 지난 3월까지 이 이사장에게 폭언과 폭행 등을 당했다고 주장한 피해자 11명을 조사한 결과 24건의 폭언 및 손찌검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이사장은 서울 평창동 자택에서 출입문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비원에게 전지가위를 던졌다. 구기동 도로에선 차량에 물건을 싣지 않았다는 이유로 운전기사의 발을 걷어차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혔다. 그랜드하얏트 인천 호텔 증축 공사장에서는 조경 설비업자를 폭행하고 공사자재를 발로 차 업무를 방해했다.
이 이사장에게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운전자 폭행, 특수상해, 상해, 특수폭행, 상습폭행, 업무방해, 모욕 등 7가지 혐의가 적용됐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