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장관에 해당하는 북한 박영식 인민무력상이 전격 교체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영식 인민무력상은 개인 자격으로 유엔의 대북제재 대상이 된 몇 안 되는 북한 인사 중 한 명이다. 미국의 독자 제재 대상자 명단에도 올라 있다.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때 김정은 위원장을 수행해 내려왔다가 환영식 직후 북으로 돌아갔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에게 거수경례를 하기도 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3일 “박영식 인민무력상이다 노광철 노동당 제2경제위원장(차관급)으로 교체됐으며 이명수 총참모장(남측 합동참모본부 의장에 해당) 교체설도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사히는 대북 소식통을 인용해 이 같이 전하며 “북미정상회담을 위해 군에 온건파를 기용함으로써 혼란을 피하려는 목적이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노광철은 2015년 7월 인민무력성의 전신인 인민부력부 제1부부장에 임명됐고 2016년 5월 정치국원 후보로 선정됐다. 북한은 군을 총참모부와 인사를 담당하는 인민무력성으로 분할해 권력의 집중을 방지하고 있다.
아사히는 “지난달에는 군 총정치국장이 김정각에서 김수길로 교체됐다. 인민무력상과 총참모장 교체가 사실이라면 약 반 년 만에 군 지도부가 거의 전부 바뀌는 셈”이라고 덧붙였다.또 북한과 미국이 정상회담에서 핵 폐기에 합의하면 핵미사일을 다루는 전략로켓군 등 약 110만명 규모의 인민군도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고 전했다.
지난해 9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 2375호가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북한의 개별 인사는 박영식 인민무력상 한 명이었다. 박 인민무력상은 김정은 체제 들어 승승장구했다. 평양방어사령부 정치위원 출신으로 2014년 군부 인사권을 쥔 총정치국 조직담당 부국장에 올랐다. 2015년 5월 북한군 서열 3위인 인민무력상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인민무력상은 대부분 야전 지휘관인 총참모장을 거친 뒤 임명되는데 총정치국 출신이 발탁된 건 그가 처음이었다. 박 인민무력상은 노동당 7차 대회에서 당 정치국 위원, 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으로 선출됐고 한 달 후에는 국무위원회에 입성했다. 국무위원회는 기존의 국방위원회를 확대 개편한 조직이다.
김 위원장의 잦은 인사 스타일을 감안하면 박 인민무력상이 3년이나 자리를 지킨 것은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다. 그만큼 신뢰가 두텁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유엔 결의안은 박 인민무력상이 노동당의 군 정책을 개발·이행하는 책임을 맡고 있고 군을 통제·지휘하는 당 중앙군사위 위원인 점을 제재 이유로 들었었다. 미국은 이미 지난해 3월 독자제재 대상에 박 인민무력상을 포함시켰다.
이런 인물의 교체는 북미정상회담(12일)과 남북 군사회담(14일)을 앞둔 시점에 이뤄졌다. 김정은 위원장이 미국과의 군사 당국 간 대화를 염두에 두고 유엔과 미국의 제재 대상인 박 인민무력상을 교체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판문점 선언을 통해 합의하고도 이후 지지부진했던 남북 군사회담을 새로운 ‘온건파’ 인물을 통해 추진하려는 의도로 볼 수도 있다. 박 인민무력상은 판문점 정상회담 때도 남북 실무협의에 개입하지 않은 채 ‘환영식 사진’만 찍고 돌아갔다. 대화 국면에서 큰 역할을 맡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