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경남은 내 지지자 더 많은데 여론조사선 文지지자가… 조작 증거”

입력 2018-06-03 10:09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줄곧 강조해온 “여론조사가 조작되고 있다”는 주장의 ‘증거’를 제시했다. 경남지역 여론조사를 언급하며 조작의 증거로 꼽은 건 “응답자 중 문재인 지지자는 400명, 홍준표 지지자는 200명”이란 대목이었다.

그는 “경남은 내 지지자 응답이 당연히 더 많아야 하는데 문 대통령 지지자의 절반밖에 안 된다. 여론 조작의 증거는 바로 이런 것”이라고 했다. 홍 대표가 경남을 “당연히 내 지지자가 더 많아야 하는 곳”이라고 말한 근거는 지난 대통령선거였다.

탄핵 후 악조건 속에서 치른 대선 당시 자신이 문재인 후보보다 더 많은 표를 얻었던 지역이니까 자신을 지지한다는 응답자가 문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응답자보다 ‘당연히’ 더 많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에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그분의 시계는 1년 전에 멈춰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대선 이후 정치적 상황과 여론의 변화를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는 뜻이었다.

◆ 경남MBC-리얼미터, 김경수 55.9% vs 김태호 32.4%

경남MBC는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달 29~30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31일 보도했다. 홍 대표가 문제 삼은 여론조사는 이것이었다.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후보와 자유한국당 김태호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23.5%p로 나타났다. 후보별 지지율은 김경수 55.9%, 김태호 32.4%, 바른미래당 김유근 4.3%(없음 2.2%, 잘모름 5.2%)였다.

경남MBC는 지난 4월부터 매주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번은 7번째다. 6차 조사와 비교하면 김경수 후보는 2.5%p 올랐고(53.4%→55.9%), 김태호 후보는 0.8%p(33.2%→32.4% 하락했으며, 두 후보의 격차는 6차 때 20.2%p에서 23.5%p로 더 벌어졌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평가는 '긍정평가'(매우 잘함 43.1%, 잘하는 편 23.9%)가 67.0%, '부정평가'(매우 잘못함 14.5%, 잘못하는 편 12.9%)는 27.4%였다. 6차 조사와 비교하면 긍정평가는 1.3%p 올랐고, 부정평가는 0.1%p 낮아져 거의 변화가 없었다. 정당 지지도는 더불어민주당 46.6%, 자유한국당 25.8%, 정의당 6.8%, 바른미래당 5.8%, 민주평화당 1.5% 순이었다.

이번 조사는 경상남도 거주 19세 이상 807명을 대상으로 무선(60%) 가상번호 표집틀과 유선(40%)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걸기(RDD) 자동응답 방식이었다. 응답률은 4.4%,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4%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 홍준표 “경남MBC 여론조사 로데이터 보니…”


홍 대표는 2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 여론조사의 ‘로데이터’를 봤다고 했다. 그는 “경남MBC의 최근 조사에서 800명 샘플 조사를 했는데 로데이터를 보니 문재인 지지자가 400명이 응답하고 홍준표 지지자는 그 절반인 200명이 응답했다고 한다”면서 문제를 제기했다.

홍 대표는 “그런데 경남은 지난 탄핵 대선에서 그 악조건 하에서도 내가 이겼던 지역입니다. 그렇다면 내 지지자 응답이 당연히 많아야 되는데, 문재인 지지자보다 응답자가 절반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은 최소한 20퍼센트 이상 편향된 여론조사로 국민을 현혹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여론 조작 증거가 바로 이런 겁니다”라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3일 홍 대표의 주장에 대해 “끊임없이 변화하는 여론의 생리를 전혀 모르고 하는 얘기”라고 말했다. 1년 전 대선 당시 여론을 근거로 지금의 여론조사가 조작됐다고 주장하는 것은 대선 이후의 정치적 상황 변화와 민심의 동향에 눈을 감아버렸다는 반증이란 것이다.

이 전문가는 “홍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중도층을 포용하기보다 강경 보수표를 결집하는 선거전략을 택했고, 대선 이후에도 줄곧 같은 전략으로 정치적 행보를 했다”면서 “그런데 1년 동안 보수층 여론도 많이 달라졌다. 홍 대표가 ‘내 지지자’라고 여기는 사람들의 생각도 바뀌었다는 사실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어떤 조사든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여론조사의 기술적 특징만 보더라도 홍 대표 주장은 논리적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 대선에서 누구를 지지했는지 묻는 여론조사 문항은 늘 당선된 사람을 지지했다는 응답이 더 높게 나온다. 패한 후보를 지지했다고 답하기 싫어하는 사람의 본성 때문에 그렇다. 더욱이 이번엔 당선자의 국정수행 긍정평가가 매우 높은 반면에 홍 대표에 대한 여론은 거친 언변 등 때문에 좋지 않다. ‘문재인 지지자’였다는 응답자가 ‘홍준표 지지자’였다는 응답자보다 많은 것은 여론 조작이 아니라 아주 당연한 결과”라고 했다.

◆ 홍준표 “문재인 지지율 70~80% 여론조사, 전부 거짓말”

홍준표 대표는 1일에도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70∼80%라고 하는 것은 전부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홍 대표는 김기현 울산시장 후보 선거캠프에서 회의를 갖고 “지금 진행되는 여론조사는 민주당 지지층을 상대로 하는 조사이기 때문에 허구이며 (문 대통령) 지지율은 실제로 40%를 넘지 않는다”고 말했다.

홍 대표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이 최대 20%까지 더 많이 응답한다”면서 “선거를 해보면 결과가 다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지지자가 더 많이 응답하는 여론조사에서도 김기현 후보뿐 아니라 기초단체장 후보도 전부 압도적으로 우세하다고 주장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