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용 감독이 이끄는 19세 이하(U-19) 축구대표팀이 툴롱컵 조별리그를 3전 전패로 마감했다. 결과는 아쉬웠지만 ‘실’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대표팀은 이강인이라는 최대 수확을 얻었다.
이강인의 재능은 이번 대회에서도 밝게 빛났다. 이번 대회 한국이 터뜨린 3골 중 2골이 이강인의 발끝에서 나왔다. 17세의 이강인이 왜 U-19 대표팀에 월반했는지를 경기력으로 입증했다. 많게는 4살이나 차이가 나는 유럽·아프리카 상대들과의 맞대결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존재감을 뽐냈다. 상대 밀집 지역에서의 탈압박과 드리블 능력은 왜 그가 유명 클럽들의 러브콜을 받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특히 이강인은 ‘감속’에 탁월했다. 가속을 잘하는 선수는 많다. 그러나 상대 앞에서 브레이크를 밟으며 템포를 조절했다 순간 가속해 빠져나가는 선수는 많지 않다. 토고 전 전반 38분 역습 상황에서 나온 드리블은 이를 잘 보여준다. 중원에서 볼을 건네받아 빠르게 전진하는 이강인에게 상대 수비가 달려들었지만 이강인은 순간 감속으로 어렵지 않게 수비수를 제쳤다. 상대 수비는 이강인의 템포에 전혀 대응하지 못했다.
이번 대회 3경기 모두 중앙 미드필더 자리에서 뛰었던 이강인은 과감하게 전진하며 찬스를 만들었고, 때로는 후방까지 내려와 빌드업을 주도했다. 중앙은 측면에 비해 플레이하기 더 어렵다. 터치라인에 있으면 시야가 열려 있지만 중앙은 상대적으로 시야가 닫힐 수밖에 없다. 압박의 강도도 중앙이 더 세다. 이런 가운데 이강인이 보여준 감속은 상대와 차이를 만들었다. 위협적인 장면은 대부분 막내 이강인의 발끝에서 나왔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