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중한의원 대표원장
이모(33·여) 씨. 최근 남들에게 말못할 고민으로 인해 병가를 내고 일하기를 쉬고 있는 커리어우먼이다. 지속적으로 하복통과 음부통증에 시달릴 뿐만 아니라 잦은 빈뇨로 인해 더 이상의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씨에게 큰 고통을 안겨 준 것은 다름 아닌 ‘간질성 방광염’이란 질환이다. 근육으로 이루어져 있는 방광벽이 섬유화되어 딱딱해지고 방광 용적이 감소하게 되는 방광질환이다. 방광벽이 딱딱해 지다 보니 소변을 보려고 방광을 축소하게 될 때마다 큰 고통이 수반되며, 방광 용적의 감소로 인해 자주 화장실을 찾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방광통과 빈뇨가 간질성 방광염의 대표적인 증상이지만 이외에도 절박뇨, 잔뇨감, 혈뇨, 야간뇨 등의 증상도 나타나는데, 요로 감염 등의 뚜렷한 원인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 증상이 매우 고통스럽기 때문에 많은 환자들이 정상적인 일상 생활을 포기하게 되기도 한다.
간질성 방광염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환자들은 하루 빨리 이러한 증상에서 벗어나고자 하지만, 세균 감염으로 인하여 나타나는 급성 방광염과는 다르게 그 원인도 불분명하다 보니 항생제의 효과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항콜린제나 항히스타민제 등의 약물도 사용되는데, 일시적인 증상 완화는 거둘 수 있지만, 원인에 대한 치료가 되지 않다 보니 지속적인 재발과 장기간의 약 복용으로 인한 부작용 등으로 인해 환자들의 고통이 커질 수 있다. 특히, 여성 환자가 90%이상을 차지할 만큼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잘 나타나다 보니, 여성의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필자는 2012년 대한한방내과학회지에 한 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난치성 간질성 방광염으로 고통받던 25명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축뇨탕’이란 한방 약물요법을 위주로 한 치료를 진행하고 장기간 추적관찰한 임상 연구결과 보고서다.
연구결과 ‘축뇨탕’중심의 한약요법은 간질성 방광염 환자들의 증상 해소에 뚜렷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임상 참여 환자들의 나이는 평균 53.3세였고, 간질성 방광염을 앓은 병력은 평균 5년 9개월이었다.
축뇨탕은 동의보감 처방인 육미지황탕을 기본으로 삼아 항염과 청열해독에 효능을 가진 금은화 등의 십수 가지의 약재를 가미해 만든 비방이다. 이와 함께 침과 뜸술을 병용하면 고질적인 방광염의 고통으로부터 벗어나는데 도움이 된다.
낫는 듯하다 재발하기를 반복하는 방광염 환자라면, 또는 현재 치료를 받고 있지만 효과가 미진해 고민하는 여성이라면 축뇨탕과 침뜸술을 병용하는 한방약물요법 치료를 한번쯤 고려해 보길 권한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