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익환 목사의 정신세계는 입체적이고 역동적이어서 평면적인 구도로 설명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그의 저작들 가운데 끊임없이 반복되는 몇 가지 키워드를 들면 사랑과 정의, 평화, 생명으로 집약할 수 있다.”(최형묵 천안살림교회 목사)
늦봄 문익환(1918~1994) 목사의 사상과 신앙 세계를 돌아보는 학술대회가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열렸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와 한신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다시 늦봄의 사상과 꿈을 말하다'라는 제목으로 문 목사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심포지엄을 주최했다.
최형묵 천안살림교회 목사는 ‘꿈을 현실로 산 신앙의 선구 문익환 목사'라는 발제에서 문 목사가 교회와 신학에 남긴 유산을 설명했다. 최 목사는 “문 목사에게 교회는 신학적 실천의 장이었고 특정한 제도에 얽매이는 곳이 아닌 생명을 살리는 현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문 목사가 기존 신학이론에 좌우되지 않고 민중의 일상 언어와 삶에 밀착될 수밖에 없었던 것은 구체적인 교회공동체의 목회자로서 그의 삶을 빼놓고는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목사가 성서번역을 할 때 유념했던 히브리적 사유와 한국인의 사유 방식의 관계에 관한 고민의 흔적은 목회기간 매주 선포한 설교 곳곳에 드러나 있다고 설명했다.
문 목사는 1975년 이후 학교에서 해직당한 동생 문동환 목사가 주도한 갈릴리교회의 열성적인 일원으로 참여했다. 바로 이 교회를 통해 1976년 박정희 영구집권에 반대하는 3·1구국선언 사건을 주도했다. 급박하게 일어나는 민중사건을 증언하는 공동체 역할이 교회 본연의 모습으로 생각한 것이다.
최 목사는 에큐메니컬 운동에 있어서 문 목사의 가장 독보적 기여는 성서 공동번역 사업이라고 말했다. 성서의 믿음 세계가 에큐메니컬 대화를 통해 형성된다고 여긴 문 목사는 1968년 대한성서공회 신구약 공동번역위원장의 책임을 맡아 그 일에 매진했다.
최 목사는 “뜨거운 마음을 지닌 목회자, 예언자적 소명감에 불타는 신학자이가 실천가로서 그의 삶은 풍요로웠다. 그런 만큼 그가 남긴 유산 또한 풍요롭다”고 평가했다.
‘늦봄 문익환 목사의 신학적 텍스트와 콘텍스트'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김창주 한신대 교수는 신학자로서 늦봄의 사상적 면모를 조명했다.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는 ‘문익환 통일사상의 주요 쟁점과 현재적 의의'라는 주제의 발표에서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와 문 목사의 통일사상을 소개했다. 이어 문 목사의 통일사상의 성과를 언급하며 이를 바탕으로 이 시대에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살펴봤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
‘문익환 목사의 삶은 사랑·정의·평화·생명’
입력 2018-06-01 1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