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광주형 일자리 사업 참여 방침에 노조가 총력 투쟁 예고한 이유

입력 2018-06-01 15:47 수정 2018-06-01 15:49

전국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는 현대차가 광주형 일자리 자동차 생산 합작법인에 사업참여 의향서를 제출한 것에 대해 1일 반대 입장을 밝혔다.

하부영 지부장은 이날 성명을 내고 “현대차노조는 단체협약 40조(하도급 및 용역전환), 41조(신기술도입 및 공장이전, 기업양수, 양도)에 따라 정규직 임금수준을 하향평준화하고 조합원들의 고용불안을 초래하며, 현대차의 경영위기를 가속화하는 광주형 일자리 투자에 반대한다”며 “광주형 일자리 투자를 강행할 경우 2018년 임투와 연계하여 총력 반대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하 지부장은 “현대자동차의 글로벌 생산능력은 968만대이고 2017년 판매대수는 735만대로 가동율은 75.9%”라며 “(현대차는) 233만대의 여유생산능력과 판매부진으로 경영위기에 처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2015년부터 추진하다가 중단된 광주형일자리를 문재인정부에서 다시 살리려 하는 것은 최저임금 삭감의 연장정책”이라며 “현대차의 광주형 일자리 지분투자 결정은 최근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권 승계 실패, 경영위기라는 곤궁한 처지를 타개하기 위한 정부의 압박에 굴복한 정치적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하 지부장은 “광주형 일자리는 정규직의 임금 수준을 4000만원으로 하향평준화하고 후퇴시키는 정규직도 아니고 비정규직도 아닌 중규직”이라며 “즉각적 철회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앞서 현대차는 광주시가 신규 건설하기로 한 ‘빛그린 국가산업단지’ 자동차 합작법인 사업참여 의향서를 제출했다. 광주시는 4000만원 수준의 임금으로 연간 10만대의 자동차를 생산하는 자동차 합작법인을 추진하며 현대차에 참여를 제안했고, 현대차는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현대차는 5000억원 규모로 추정되는 이 합작법인에 20% 수준의 투자를 할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1위 자동차회사인 현대차의 참여로 광주시의 자동차 생산 합작 법인도 속도를 내게 됐다.

현대차가 광주시의 제안을 받아들인 가장 큰 이유는 근로자들의 임금이다. 광주시가 내세운 4000만원 수준의 임금은 현대차 근로자 평균임금의 절반에 불과해 매력적일 수 밖에 없다.

현대차 관계자는 “광주시에서 투자제안이 왔고, 설득력이 있다고 판단해 이를 받아들인 것”이라며 “현대차의 경우 고임금 근로자들이 많은데 (합작법인은) 임금이 적정한 수준이고 생산 시스템 등도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그러면서도 “울산 등 기존 공장의 고용이 광주 자동차 합작법인으로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며 “기존 공장도 계속 사람을 뽑아서 기존처럼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2026년까지 2만명 근로자의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1957년생 정년퇴직자는 740명에 불과했지만 산업 팽창기에 입사한 1958년생이 퇴직하는 올해부터 정년 퇴직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2017~2026년 현대차 정년퇴직자 규모는 2만171명이다. 5만여명인 현대차 노조 조합원 규모를 감안하면 10명 중 4명이 10년 이내에 퇴직하는 셈이다.

광주시가 제시한 투자비의 최대 10% 보조금, 취득세 75% 감면, 재산세 5년간 75% 감면, 교육·문화·주거·의료 복지지원 등 대규모 인센티브 역시 매력적인 요소다.

현대차 관계자는 “광주시의 제안이 사업적 측면에서 설득력이 있었다”며 “비지배지분을 가지고 위탁생산을 하는 것인 만큼 위탁생산대수 등을 시장상황에 맞게 조절할 수 있는 것도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 등으로 일자리를 잃은 경험 많은 자동차업계 종사자들이 광주 자동차 합작법인에 흡수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장점이다. 군산·광주·전주 등 서남권 자동차 벨트는 최근 한국지엠 사태로 위기를 맞았고, 이로 인해 숙련도가 높은 자동차 분야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한국지엠 사태로 일자리를 잃은 숙련된 근로자들이 광주 자동차생산 합작법인에 들어올 가능성이 있지 않겠느냐”며 “숙련된 인력과 서남권벨트의 인프라는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