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재판 거래? 꿈도 꿀 수 없어”…검찰 조사는 “그때 가서”

입력 2018-06-01 15:05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자택 인근에서 '재판거래 의혹' 관련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을 남용했다는 현 대법원의 조사 결과와 관련해 “재판에 부당하게 간섭하거나 법관에게 불이익을 준 적이 없다”고 1일 입장을 밝혔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날 오후 2시쯤 경기 성남시 자택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대법원장으로서 재직하면서 대법원 재판이나 하급심 재판에 부당하게 간섭하거나 관여한 바가 결단코 없다”며 “하물며 재판을 무슨 흥정거리로 삼아서 방향을 왜곡하거나 거래하는 일은 꿈도 꿀 수 없는,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재판 독립의 원칙을 금과옥조로 삼는 법원에서 40여년을 지내온 사람이 어떻게 남의 재판에 관여하고 간섭하는 것을 꿈을 꿀 수 있겠는가”라며 “그러한 얘기를 하는 것은 재판을 한 대법관을 비롯해 법관들에게 심한 모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각에서 제가 꼭 관여하거나 간섭하거나 무언가 목적을 위해 재판이 왜곡되고 방향이 잘못 잡혔다고 생각하고, 그것을 기정사실화하는 사람들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단호하게 말할 수 있다”고 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상고법원 추진은 대법원이 제 기능을 다하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며 “제가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건 그런 정책에 반대한 사람, 또는 일반 재판에서 특정성향을 나타낸 법관에게 편향된 조치를 하거나 불이익을 준 적이 전혀 없다”고 단언했다.

또 “저는 인사상이 아니라도 어떤 사법행정 처분에 있어서 법관에게 불이익 준 것은 단호히 잘못된 것이라 생각하고, 아예 그런것은 생각을 하지 않는 사람”이라며 “누구라도 그것 때문에 불이익을 받은 사람, 편향된 대우를 받은 사람은 없다. 그런 조치를 최종적으로 없다는 것을 단연코 말씀드린다”고 힘주어 말했다.

앞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단장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은 지난달 25일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문건을 조사한 결과 사법행정권을 남용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특히 당시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 입법화 추진을 위해 청와대와 ‘재판 거래’를 시도하려 한 정황이 담긴 문건이 공개돼 논란이 커졌다.

특별조사단은 이 같은 문건들을 양 전 대법원장이 지시·보고했는지 여부 등을 확인하고자 두차례 조사를 요청했다. 하지만 양 전 대법원장이 이를 거부하면서 조사가 이뤄지지 못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특조단 조사에 참여하지 않은 것에 대해 “여러개 컴퓨터를 남의 일기장 보듯이 완전히 뒤졌다. 근 400명 정도의 사람들이 가서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며 “그런데도 사안을 밝히지 못했을까. 저는 다 알고 있으리라고 본다. 내가 가야 하나”라고 답했다.

검찰 수사를 받을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검찰에서 수사를 한답니까?”라고 되묻고, “그때 가서 보지요”라며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양 전 대법원장이 퇴임 이후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와 관련해 공식 입장을 내놓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지난해 9월22일 6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