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리선권 “손석희 선생은 잘 하던데 왜 그렇게 질문하오?”

입력 2018-06-01 13:08 수정 2018-06-01 14:20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북측 대표단이 1일 오전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열린 '남북고위급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군사분계선을 넘어 회담장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뉴시스

남북 고위급회담이 열린 1일 오전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예기치 못한 사건이 발생했다. 북측 대표단 단장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이 남측 취재진 질문에 불편한 심경을 드러낸 것. 이 과정에서 종합편성채널 JTBC의 손석희 앵커 이름이 거론됐다.

리 위원장을 포함한 북측 대표단은 오전 9시30분 통일각 계단으로 내려와 군사분계선(MDL)을 통과했다. 리 위원장은 “내려오느라 고생 많으셨다”는 남측 기자 질문에 “고생이야 뭘”이라고 답했다. 이어 한 기자가 지난달 16일로 예정됐던 남북 고위급회담이 북측 통보로 취소된 것을 언급하자 리 위원장은 약 3초간 침묵을 지켰다.

앞서 북한은 회담 무기한 연기의 이유로 한미 공군 연합공중훈련인 ‘맥스선더’를 꼽았다. 리 위원장은 다음 날인 17일 조선중앙통신에 “엄중한 사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대화를 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침묵했던 리 위원장은 취재진을 향해 “기자 선생들이 질문하는 거는 여러 가지 각도에서 할 수 있다”면서도 “달라진 시대적 요구에 맞게 질문도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라고 지적했다. 또 “엄중한 사태가 어디서 조성된 걸 뻔히 알면서 나한테 해소됐냐고 물어보면 되나”라며 “판문점에서 역사적인 북남 수뇌 상봉도 열리고 판문점 선언도 채택된 이 마당에 화해와 협력을 도모하는 측면에서 오도할 수 있는 질문을 하면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손석희 선생이랑 잘하는 거 같은데 왜 그렇게 질문하오. 앞으로 이런 질문은 무례한 질문으로 치부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남측 기자단 질문은 공동으로 취재하는 과정에서 사전에 조율됐다.

회담을 어떻게 전망하냐는 물음에는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해 왔는데 어떻게 될 건지 뻔하지 않나”라면서 “아주 잘 될 게 분명하지. 기자 선생들은 잘 안되길 바라오?”라고 반문했다. 주요 회담 의제에 관해 다시 묻자 “그래서 회담을 공개적으로 하자고 (남측 대표단에) 제안해보려 한다”고 설명했다.

미국 측 관계자와 판문점에서 접촉 가능성에 대해서는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싱가포르에서 12일 열리기로 계획된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서도 “그건 싱가포르 날아가서 질문하소. 여긴 판문점”이라며 답변을 거부했다. 이후 리 위원장은 평화의집에 입장해 우리측 수석대표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악수를 나눴다.

남북은 20분가량 진행된 전체회의 모두발언으로 회담을 시작했다. 양측은 6·15 공동행사와 이산가족 상봉 등 핵심 의제에 대한 상호 입장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 당국자는 “회담 전체회의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고 전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판문점=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