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고위 당국자에게도 손석희 JTBC 보도담당 사장은 유명인이었다. 고위급회담을 앞두고 북측 대표단의 단장을 맡은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은 이례적으로 손 사장을 직접 언급했다.
이 위원장은 1일 오전 남북 고위급 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판문점에서 우리 측 조명균 통일부 장관을 만났다.
이번 회담은 남측 평화의집에서 열렸다. 오전 9시 30분쯤 군사분계선(MDL)을 통과한 이 위원장은 남측 공동취재단과 질의응답을 주고받았다.
공동취재단은 이 위원장에게 “내려오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라는 인사말과 함께 “엄중한 사태로 인해서 (지난달 16일 열릴 예정이었던) 회담이 무기한 연기됐었는데 그 엄중한 사태는 해결이 됐다고 보시는지요”라고 질문을 했다.
이에 잠시 뜸을 들이던 이 위원장은 “달라진 시대적 요구에 맞게 질문도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엄중한 사태가 어디서 조성된 걸 뻔히 알면서 나한테 해소됐냐 물어보면 되나”라며 “다시 말하면 화해와 협력을 도모하는 측면에서 질문이 진행되고 뭔가 불신을 조장시키고 또 그런데서 오도할 수 있는 질문을 하면 되지 않겠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공동취재단 소속 기자에게 “어디 소속입니까”라고 되물었다.
기자가 “JTBC입니다”라고 답하자, 이 위원장은 “JTBC는 손석희 선생이랑 잘하는 거 같은데 왜 그렇게 질문하오. 앞으로 이런 질문은 무례한 질문으로 치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이 기자의 질문을 껄끄러워하고 날카롭게 반응했지만, 손 사장에 대해서는 ‘잘하고 있다’는 말을 건넨 것이다. 북측 고위 당국자가 남측의 언론인에 대해 공개적으로 실명을 거론한 것은 굉장히 이례적인 경우다.
손 사장은 1984년 MBC 아나운서로 입사했다. ‘뉴스데스크’ 주말 앵커와 ‘100분 토론’ ‘손석희의 시선집중’ 진행자로 활약했다. 이후 2013년 5월 JTBC 사장으로 취임했다.
한편 이날 오전 10시쯤 시작된 남북 고위급회담은 10시 55분 현재 오전 전체회의가 종료됐다. 통일부 당국자는 “판문점선언 이행방안에 대해 상호 의견을 교환했고 검토한 다음에 다시 만나기로 했다”며 “6·15공동행사, 공동연락사무소 등에 대한 기본적인 의견을 교환했고 검토를 해서 다시 만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 크게 이견이 있는 분위기는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상헌 기자, 판문점=공동취재단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