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내 총여학생회 존폐 논란에 다시 불이 붙고 있다. 연세대에서는 총여학생회 재개편 여부를 놓고 학생 간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고 경희대 총여학생회는 후보자 미등록으로 선거조차 치르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취업난 등 현실적 문제로 ‘교내 민주주의’가 사라져 가는 상황과 페미니즘 백래시(반발심리·backlash) 현상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연세대는 지난 24일 총여학생회(총여)가 주관한 인권축제에 은하선 작가가 강연자로 초청되면서 내홍이 시작됐다. 초청 강연을 반대하는 학생들은 은 작가가 “남자들은 강간을 가르치는 문화가 있는 것 같다”고 했던 과거 발언과 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십자가 형상의 자위기구 사진 등을 문제 삼았다. 하지만 총여학생회는 강연을 강행했다.
강연 이후 일부 학생은 불통을 지적하며 ‘총여학생회 재개편 추진단’을 꾸렸다. 재개편안은 총여학생회의 이름을 ‘학생인권위원회’로 바꾸고, 위원회 구성원을 기존 여학생에서 연세대 학부생으로 확장하자는 내용으로 사실상 총여학생회 폐지안에 가깝다. 재개편안이 힘을 얻자 이번에는 재개편 반대 측이 서명운동으로 맞불을 놓았다. 재개편 반대 측 학생들은 “총여학생회는 젠더권력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반(反)성폭력을 위해 다양한 역할을 수행한다”고 주장했다. 총여학생회 재개편에 서명한 학생이 연세대 재적 학생 수(2만5000여명)의 10분의 1 이상인 2800여명에 이르면서 해당 사안은 학생총투표에 부쳐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5월 진행될 예정이었던 경희대 31대 총여학생회 선거는 후보자가 없어 무산됐다. 강남대 총여학생회는 지난해 12월 ‘여학생만을 위한 학생복지가 필요하느냐’는 의견들이 제기되면서 총학생회 내 성평등위원회로 개편됐다. 한양대에서는 총여학생회 존폐 논란이 학생 갈등으로 번지며 집단 투표 거부 사태가 발생했다. 3년 동안 후보가 없어 공석이던 총여학생회장 자리에 지난해 12월 새로운 후보가 출마했지만 여학생 동아리 지원 공약 등이 문제가 되면서 ‘총여학생회 폐지를 위한 학생회칙 개정 서명 제안서’까지 돌았다.
전문가들은 이런 논란을 일종의 페미니즘 백래시 현상으로 봤다. 백래시 현상은 사회적 변화에 대한 반발을 의미한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여성학자)은 “연세대 논란은 (논쟁적인) 강연자 초청을 계기로 페미니즘의 확산을 저지하려는 움직임으로도 읽힌다”고 지적했다. 윤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총여학생회장 후보자가 나오지 않는 건 여학생의 의지가 없어서만은 아니다”라며 “후보로 나오는 것만으로도 (공격당할 수 있다는) 공포감을 느끼기도 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최근의 논란에 대해 “2015년 페미니즘 대중화 이후 총여학생회 부활 움직임이나 여학생 발언권 강화 목소리가 커지자 남학생들이 위협감을 느낀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 총여학생회를 비롯해 학생자치기구 자체가 힘을 잃고 있는 상황과 연계해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임주언 이택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