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서비스 전 대표 ‘노조 와해’ 혐의 구속영장 기각… 검찰 ‘반발’

입력 2018-06-01 01:04
박상범 전 삼성전자서비스 대표가 지난 28일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법원이 노동조합 와해 공작 관여 혐의를 받고 있는 박상범 전 삼성전자서비스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서울중앙지법 허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31일 박 전 대표의 구속영장을 기각하고 “주거가 일정하고 도망할 염려가 없다. 증거를 인멸했거나 인멸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허 판사는 “일부 피의사실의 경우 법리상 다툴 여지가 있는 점 등에 비춰 구속 수사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박 전 대표는 2013년 7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노조 와해 공작인 속칭 ‘그린화’ 작업을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 전 대표는 협력사 4곳을 기획 폐업하고 대가로 협력사 사장에게 수억원 상당의 금품을 제공한 혐의, 2014년 노조 탄압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故) 염호석씨 유족에게 수억원을 건네 노동조합장 대신 가족장을 치르게 한 혐의도 적용됐다.

검찰은 삼성전자서비스의 위장 폐업, 일감 줄이기, 협력사 노조 와해 공작 등이 본사의 지시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보고 지난 28일 박 전 대표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를 토대로 지난 29일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기각했다.

검찰은 반발했다. 삼성의 노조 와해 정황과 관련, 윗선 개입 여부를 확인하려던 구상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부장검사 김성훈)는 입장문을 내고 “범죄 특성상 하급자가 아닌 고위 책임자가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게 법원 결정”이라며 “최고 책임자라 할 수 있는 박 전 대표의 지위, 역할, 광범위하게 자행한 인적·물적 증거인멸 행위 등을 무시하고 사실과 다른 사유로 영장을 기각했다”고 지적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