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극재정·국민체감·혁신성장… ‘文대통령의 경제진단’ 3대 포인트

입력 2018-05-31 17:54

문재인 대통령은 31일 “거시지표를 보면 우리 경제가 좋아지고 있지만 국민들이 체감하기에는 미흡한 부분이 많다”며 보완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최저임금을 인상했는데 되레 저소득층 소득이 줄어드는 등 정책 효과가 먹히지 않는 부분에 대한 세밀한 대처도 주문했다.

◇ 연일 ‘국민 체감’ 강조한 문 대통령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하며 전체 경제지표와는 달리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부분에서는 미흡한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일자리 증가속도가 우려한 만큼 둔화된 가운데 1분기 가계소득 동향에서 소득 하위 20% 가구 소득이 오히려 감소해 소득 상위 20% 가구의 소득격차가 더 벌어졌다”고 말했다. 1분기 소득 하위 20% 가계소득이 8% 감소하고, 소득 격차를 나타내는 5분위 배율(소득 상위 20%/소득 하위 20%)이 2003년 이후 최고치를 나타낸 것을 지적한 발언이다.

문 대통령은 28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도 경제 거시지표와 체감 경기와의 괴리를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일자리 창출과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정부의 정책기조가 제대로 가고 있는지 점검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국민들의 공감을 얻어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거듭된 지적은 청와대가 저소득층 소득 악화에 대해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사람 중심 경제’ 구현을 목표로 최저임금 인상과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등을 추진해왔는데도 저소득층 소득이 악화됐다는 통계가 나오자 경제팀에 비상 대책을 주문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저소득층 소득 악화의 원인으로 근로빈곤층에 대한 정책 부재를 꼽았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저소득 근로계층은 혜택을 봤지만, 일자리에서 밀려난 이들에 대한 대처가 미흡했다는 설명이다. 문 대통령은 “고용근로자들의 소득은 전반적으로 증가했고, 그 가운데 저임금 근로자의 소득이 증가해 개인 근로소득의 불평등이 개선됐다”며 “반면 고용에서 밀려난 근로빈곤층의 소득이 하락했다. 근로자 이외 가구의 소득 감소가 가구소득 격차 확대의 중요 원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는 최저임금 인상 이후 자영업자들이 근로자를 해고하거나 직원의 근로시간을 줄이는 과정에서 사회안전망이 제대로 가동되지 못했음을 뜻한다. 문 대통령은 “저임금 근로자의 고용이 줄거나 근로시간이 줄어 소득을 감소시킬 가능성이 있다면 그것은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일 수 있다”며 “정부는 그에 대한 보완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소득하위 계층, 특히 고령층의 소득감소에 대한 대책을 더 강화해주길 특별히 당부드린다”고 덧붙였다.

◇ 재정의 적극적 역할 주문

문 대통령은 우리 사회가 당면한 구조적 저성장과 양극화,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정부 지출이 여전히 중요한 요소라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일자리·국민안전·환경, 혁신성장을 위한 창업과 중소기업 지원, 보건복지, 국가균형발전 등 국민의 삶을 바꾸는데 필요한 정책과 사업에 재정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북 및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반도 신경제지도’에 대한 대처도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과 북미관계가 개선되고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면 우리 경제에 큰 변화가 올 것”이라며 “남북경제협력이 본격화될 경우에 대비해 한반도 신경제지도를 뒷받침하기 위한 재정의 역할과 준비에 대해 미리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과감한 지출 구조조정도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재정의 적극적 역할에 대해 국민의 공감을 얻으려면 강도 높은 재정개혁이 함께 이뤄지지 않으면 안된다”며 “국가의 재정능력이 한정돼 있으니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해서 선택과 집중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 “혁신성장, 성과와 비전 안보인다”

‘J노믹스’의 중요한 축인 혁신성장에 대해서도 경제팀의 분발을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정부 1년이 지나도록 혁신성장에서는 아직 뚜렷한 성과와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가 많다”며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경제팀에서 더욱 분발하고, 규제혁파에 속도를 내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또 “소득주도성장과 공정경제는 보다 포용적이고 따뜻한 성장, 정의로운 성장을 이루기 위한 경제성장의 방법인데 비해 혁신성장은 경제성장의 기반을 만들어낸다”며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은 함께 가야하는 것이지 결코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고 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