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대 ‘제2캠퍼스 전환’ 논란 다시 점화…“서울캠 오려면 더 노력하라”

입력 2018-05-31 17:36
사진 = 홍익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캡처

홍익대학교에서 추진 중인 학제 개편이 논란을 빚고 있다. 그동안 ‘분교’로 운영되던 세종캠퍼스를 학교 측에서 지난해 일방적으로 제2캠퍼스로 전환한 데 일부 학생들이 불만을 제기한 것이다. 분교의 경우 교육부로부터 인가를 받아 본교가 위치한 지역 외에 새로운 대학을 설립하는 방식이고, ‘교지 분할’의 경우는 기존 대학 인원을 분할해 본교 외 지역에 다른 시설을 설치하는 것을 의미한다.

학제 개편 논란은 지난해 3월부터 시작됐다. 지난해 3월 교육부는 애초 홍익대학교 측이 세종캠퍼스를 ‘교지분할’로 설립한 사실을 확인하고 세종캠퍼스의 지위를 ‘분교’에서 ‘캠퍼스’로 변경했다. 당시 서울캠퍼스 학생들은 “서울캠퍼스와 세종캠퍼스를 구분하라”면서 집회를 열었다. 약 30여년동안 분교로 운영되던 세종캠퍼스를 합의도 없이 제2캠퍼스로 전환했다는 것이다.

지난 30일 오후 홍익대학교 대나무숲 페이지에는 제2캠퍼스 전환에 대한 비판 게시물이 올라왔다. ‘세종캠 상경학부 16학번, 현재는 서울캠 교육학과에 다니고 있는 17학번 학생입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된 이 게시물은 “내가 첫 수능에서 받은 성적이 낮아 우선 세종캠에 입학한 뒤 서울캠에 전과하려고 노력했다”면서 “전과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을 알고 반수를 시작했고 열심히 공부해 서울캠퍼스에 다시 들어왔는데 들어오자마자 이원화 이야기가 터지면서 학교가 떠들석해지기 시작했다”고 토로했다.

사진 = 홍익대학교 대나무숲 페이지 게시물 갈무리

이어 “세종캠퍼스는 대학구조평가에서 D등급을 받았고 서울캠퍼스와 동등한 학교라고 보기에는 필요한 입학 성적도 다르다”면서 “내가 서울캠퍼스 입학을 위해 투자했던 시간과 노력은 어떻게 되는 것이냐”고 했다. 이어 “정말로 동등하다고 생각하면 서울캠퍼스 입학 가능한 수능성적표를 얻어오라”고 덧붙였다.

당시 제2캠퍼스 전환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던 학생들은 “세종캠퍼스가 분교가 아닌 제2캠퍼스로 동등한 지위를 가질 경우 학과 통폐합뿐 아니라 일부 학과가 이전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당시 학교 측에서는 “교육부 대학 평가 점수를 높이기 위한 조치였고 (학생들이) 걱정하는 사태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30일 게시물에 대한 댓글도 떠들썩하다. “마지막 말(서울캠퍼스 입학 가능한 성적표 얻어오라) 진짜 사이다” “대부분 (세종캠퍼스)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공부를 안 해서 세종캠퍼스에 간 것을 인정해야 한다” “글이 널리 퍼져서 세종캠퍼스 사람 다 봤으면 좋겠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작성자가 30일에 게시한 글 이전에도 ‘홍익대학교 대나무숲’에는 비슷한 불만을 토로하는 글들이 다수 올라왔다. 대부분 ‘세종캠퍼스에 입학한 학생들이 서울캠퍼스에 입학한 학생만큼 노력을 했느냐’는 것이다.

이에 반발하는 입장도 있다. 같은날 ‘홍익대학교 대나무숲’에 는 세종캠퍼스 학생이라고 밝힌 작성자의 글도 게시됐다. 그는 “학교 측에서 학과통합 없이 이전 학과 체제를 그대로 유지한다는 것도 발표했고 세종캠퍼스 학생들에게는 실질적인 이득이 없었다”면서 “세종캠퍼스는 공부하기에 열악한 환경이다”고 썼다. 또 “수능 못 봐서 세종캠퍼스 온 건 사실이지만 같은 학교 이름 아래에서 다르게 대우받는 것은 아니지 않나”라고 덧붙였다. 게시자는 이와 관련한 청와대 국민청원 글 게시물 바로가기 주소를 첨부하기도 했다. 다른 글에서는 자신이 원하는 학과가 세종캠퍼스에만 있어 어쩔 수 없이 세종캠퍼스를 다니고 있다고 토로하는 주장도 있었다.

제2캠퍼스 전환과정 당시 가장 많이 지적된 문제는 중복학과 문제다. 제2캠퍼스 전환에 비판적인 학생들은 “상명대도 홍익대와 비슷한 과정을 겪었지만 아직도 중복학과가 있는데 이마저도 분교제도 폐지를 한 전력이 있는 경우”라는 주장을 내세우기도 했다.

지난해 학교 측에서 큰 학제 개편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하자 잠잠해진 홍익대 ‘제2캠퍼스 전환 논란’은 최근 서울·세종 캠퍼스 간 전과 문제, 동일 학과가 존치했다는 문제 등이 거론되며 다시 마찰을 빚고 있다. 교육부 측 규정에 유사·중복학과에 대한 구분이 따로 없는 점에도 비판의 화살이 날아들고 있다.

김종형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