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애국자’는 찬밥신세?… 친일파보다 낮은 ‘3등급 훈장’ 받은 유관순

입력 2018-05-31 15:58


사진=유관순열사기념사업회 홈페이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홈페이지 캡처

지난 1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유관순 열사 서훈 올리기”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유관순 열사의 고향인 충청남도가 내년 3·1운동 100주년을 앞두고 유관순 열사의 서훈 등급을 올려달라는 범국민 운동에 나선 것이다. 유관순 열사는 3·1운동의 상징적 인물임에도 독립유공자에 대한 서훈 중 3등급을 받아, 그의 공적과 상징성에 걸맞지 않는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번 청와대 국민청원은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유관순 열사의 서훈 등급을 2등급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는 각계의 목소리가 반영된 것이다. 현재 국가유공자 서훈은 5등급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유관순 열사는 3등급 독립장을 받아 김도현, 김마리아 등 823명과 함께 같은 등급으로 분류돼 있다. 1등급 대한민국장에는 김구, 이승만, 안창호, 안중근 등 30명이 포함돼 있고, 2등급 대통령장에는 신채호, 신돌석, 이은찬 등 93명이 들어가 있다.


일각에서는 대한민국 정부의 훈장은 독립운동가들에게는 인색했고, 친일인사들에게는 관대했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뉴스타파는 2016년 정부가 훈장을 수여한 친일인사 222명을 공개하기도 했는데 명단에는 박정희, 김성수, 홍진기, 백선엽 등을 포함한 친일인사들이 포함됐다.

이 가운데 백선엽 전 육군참모총장과 유관순 열사를 비교한 표가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돼 네티즌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백선엽 전 참모총장은 1942년 만주국군 소위 임관 이래 일본의 침략전쟁에 적극적으로 협력했으며 1943년에는 항일무장세력 토벌을 주 임무로 하는 간도특설대에서 2년 반 동안 근무하며 항일운동을 탄압했다. 하지만 그는 유관순 열사보다도 높은 2등급 서훈을 받았으며 그 외 태극무공훈장 등 훈장 7건을 받기도 했다.

사진=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 게시판 캡처

당시 뉴스타파는 “훈장은 국가와 민족에 헌신한 이에게 바치는 최고의 영예인데 받지 말아야 할 인사가 받았고, 마땅히 받아야 할 사람은 받지 못했다”고 지적하며 “대한민국 훈장의 역사는 영욕으로 점철된 대한민국의 굴곡진 자화상을 고스란히 보여준다”고 말하기도 했다.

전문가들 역시 55년 전 정해진 유관순 열사의 등급을 현대적인 시각에서 다시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유관순연구소장은 지낸 박충순 백석대 교수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당시 여성의 사회적 지위를 고려하면 유 열사의 공적은 역사적으로 가치가 크다”고 했다.

유관순 열사 표준 영정. (사진=뉴시스)

그러나 국가보훈처와 행정안전부는 유관순 열사의 서훈을 격상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상훈법 4조에는 “동일한 공적에 대하여는 훈장 또는 포장을 거듭 수여하지 아니한다”며 중복 수여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관순 열사의 공훈에 대해 새로운 사실이 나오지 않는다면 사실상 상향이 힘들다는 것이다.

31일 오후 청원에는 총 1만8000여 명의 국민들이 동의했다. 적지 않은 숫자지만 청와대의 답변을 받을 수 있는 20만 명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었다. 해당 청원은 오는 6월9일 마감될 예정이다.

신혜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