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이웃이 있으면 집값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주민들이 ‘결사반대’ 연판장을 돌리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최근 대구시는 ‘장애인자립생활주택’ 사업의 일환으로 대구의 A빌라 6층의 한 가구를 매입, 중증장애인 3명을 입주시키려다 지역 주민들의 항의를 받았다.
장애인자립생활주택은 일종의 쉐어하우스로 시설이나 부모의 품을 떠나 자립을 희망하는 중증장애인들이 모여 가정을 이루고 살 수 있도록 지자체가 아파트나 다세대주택 등을 일정기간 빌려주는 사업이다.
대구장애인인권연대에 따르면 지난 24일 A빌라 건물 곳곳에 “장애인 입주를 결사반대한다”는 연판장이 붙었다. 연판장에는 A빌라 입주민 10가구 중 9가구 세대주의 자필 서명이 담겨있다.
일부 입주민들은 장애인 입주민을 위한 현관 경사로 설치와 장애인용 화장실 설치 공사를 막기 위해 빌라 출입구를 차량으로 가로막았다. 심지어 엘리베이터 작동도 꺼놓았다.
서준호 대구장애인인권연대 대표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화장실 안전바 등 내부공사를 한다는 안내문을 붙였더니 입주민들이 ‘절대 안 된다’고 행동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장애인이 이사를 오면 안 된다고 구청에 민원을 넣는 것도 모자라 아예 차로 입구를 막아 입주 공사를 못하고 있다”며 “답답하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지역 주민들은 집값 하락, 안전문제 등을 반대 이유로 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 대표는 “장애인이 돌아다니면 애들한테 좋지 않다는 말까지 들었다”며 “장애인을 보면 애들이 불안해한다는데 장애가 있는 사람은 어디 돌아다니지도 못하냐”고 토로했다.
이어 “우리는 합법적으로 들어가는 건데, 입주민들이 집을 매입하기 전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며 자신들을 속였다고 한다”며 “이런 분쟁이 발생하면 뾰족한 해결 방안이 없다. 한쪽이 물러나는 수밖에 없다. 갑갑한 상황”이라고 했다.
해당 구청과 대구장애인인권연대 측은 변동사항 없이 사업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주민 반발이 거세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장애인자립생활주택’ 사업이 인근 주민의 반발에 부딪힌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대구시는 지난해 7월에도 다른 지역의 한 아파트에 자립생활주택 1가구를 매입했지만 주민 반발에 밀려 도로 매각해야 했다. 이 아파트는 2016년 자립생활주택 2가구가 입주한 상황이었는데 시에서 1가구를 추가 매입한 사실이 알려지자 일부 입주민이 “2가구면 됐지, 왜 또 들어오느냐”며 반발했다. 결국 시는 다른 장소를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장애인 시설 등을 혐오시설로 치부하며 꺼리는 일부 주민들의 ‘님비’(NIMBY) 현상에 네티즌들은 “누구나 사고를 당해 장애인이 될 수 있다” “공생이란 개념은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정신지체 장애인이 아기를 던져 죽인 사건을 거론하며 “24시간 보호자가 붙어있지 않는 이상 불안한 게 사실이다” “지역 주민들에게 장애 수준을 알려줘야 한다” 등의 의견도 일부 나오고 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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