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공매도 순기능 있어…폐지보다 개선”

입력 2018-05-31 14:25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31일 공매도 제도를 폐지해달라는 국민 청원에 대해 “폐지보다 개선하는 방향으로 접근하는 게 타당하다”고 말했다. 증권사의 배당시스템에서 현금배당과 주식배당을 완전히 분리해 사고를 예방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최 위원장은 이날 청와대 페이스북 라이브에 ‘삼성증권 시스템 규제와 공매도 금지’ 국민청원에 대한 답변자로 나섰다. 이 청원은 4월 6일 삼성증권이 우리사주 배당 과정에서 ‘유령 주식’ 28억1000만주를 발행해 이 중 501만주를 시장에 내다판 사태가 발생한 직후 올라왔다. 청원에는 24만2286명이 참여했다.

◇ “이번 사태는 공매도와 무관”

삼성증권 사태가 발생한 직후 개인투자자들은 삼성증권이 ‘유령 주식’을 발행해 시장에 내다 판 것은 현행법이 금지한 ‘무차입 공매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또 증권사가 마음만 먹으면 주식을 발행해 팔 수 있다는 점이 드러난만큼 개인에게만 피해를 주는 공매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청원자 역시 증권사가 없는 주식을 배당하고, 그 주식을 시장에 내다판 것은 현행 공매도 제도의 취약성을 드러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최 위원장은 이번 사태는 공매도와는 무관하며, 폐지보다 제도를 개선하는 쪽에 무게를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본질은 잘못 입고된 주식을 매도한 것”이라며 “만약 공매도가 금지돼 있었다 하더라도 이번 사고는 일어날 수 있었다”고 했다. 또 “공매도는 단기 과열에 따른 과대평가 종목 가격을 빠르게 조정하는 순기능이 있다”며 “공매도를 활용한 다양한 투자전략을 통해 시장활력을 제고할 수 있어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에서도 광범위하게 도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위원장은 “개인투자자들은 ‘나는 못하는데 기관은 마음껏 한다’ ‘기울어진 운동장 아니냐’고 지적한다”며 “앞으로 리스크 관리가 가능한 범위 내에서 개인이 빌릴 수 있는 주식을 확대해 개인의 공매도 접근성을 높여가겠다”고 말했다.

구성훈(앞줄 왼쪽 두번째) 사장 등 삼성증권 임직원이 4월 14일 서울 서초구 삼성금융캠퍼스에서 '사죄의 반성문'을 쓰고 있다. 삼성증권 제공


◇“현금·주식배당 완전 분리해 사고 방지”

최 위원장은 삼성증권 ‘유령 주식’ 사태는 배당시스템에 대한 총체적 부실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증권사 현금배당 과정에서 주식으로 배당이 가능한 허술한 절차에서 시작됐고, 배당과정에서 실무자의 실수가 걸러지는 장치도 없었다”며 “발행주식의 30배가 넘는 주식이 입고된 오류가 검증되지 않았고, 착오 주문이 그대로 이행된 전산시스템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삼성증권 특별검사를 통해 당시 잘못 입고된 주식을 매도한 직원 21명을 업무상 배임·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금융당국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증권사 우리사주조합의 배당시스템에서 현금배당과 주식배당 처리시스템을 완전히 분리할 방침이다. 최 위원장은 “증권사가 우리사주 현금배당 시 자체 처리를 하지 못하고 은행전산망을 통해서만 배당금을 지급하도록 할 것”이라며 “사고 발생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고 강조했다.

주식보유잔고 검증체계를 마련하고, 모니터링 시스템도 강화할 방침이다. 개별투자자의 주식 잔고관리가 허술했던 점을 개선해 증권사에서 장 개시 전 전체 잔고와 투자자별 주식잔고가 일치하는지 여부를 매일 검증하도록 제도를 개선키로 했다. 투자자 계좌에 주식이 잘못 입고될 경우 해당 계좌의 주문을 차단하는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9일 전체 증권사를 대상으로 주식 매매시스템 점검에 착수했다. 최 위원장은 “내부통제 미흡 등 위법사항에 대해서는 조사를 진행중이며 6월 중 조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