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전 보지도 못한 남성에게 36억 보낸 여성

입력 2018-05-31 14:04 수정 2018-05-31 18:05
사진=게티이미지뱅크

31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온라인 로맨스 사기'가 홍콩에서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며 얼굴도 모르는 남성에게 1년반 만에 36억을 건넨 한 여성을 소개했다.

홍콩의 한 무역회사에서 매니저로 일하는 50대 여성 A씨는 2016년 6월 페이스북에서 한 남성을 만났다.

자신이 말레이시아에 사는 금융 분석가라고 밝힌 이 남성은 매너 있는 말투와 유머 등으로 A씨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온라인에서 만난 지 한 달 후 이 남성은 A씨에게 “8000만 홍콩달러의 자산이 말레이시아 당국에 의해 동결돼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돈이 필요하다”며 1000달러를 보내 달라고 부탁했다.

사랑에 빠진 A씨는 아무 의심 없이 그에게 돈을 보내줬다. 이후로도 이 남성은 여러 이유를 들어 돈을 보내달라고 부탁했고, A씨는 그 부탁을 모두 들어줬다.

그렇게 A씨는 18개월 동안 2640만 홍콩달러(약 36억원)에 달하는 돈을 보냈다. 보낸 횟수만 해도 300번 이상이다.

예금마저 다 써버린 A씨는 이 남성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은행은 물론, 가족과 친구들에게서 돈을 빌렸다.

남성이 돈을 돌려줄 기미조차 보이지 않자 A씨는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지난달 경찰에 신고했다.

홍콩 경찰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경찰에 신고된 온라인 로맨스 사기 피해액은 모두 7590만 홍콩달러(약 105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배 이상으로 늘었다.

지난달에는 홍콩 금융회사에서 매니저로 일하는 40대 여성 A씨가 2010년 온라인 데이트 사이트에서 만난 남성에게 8년 동안 1400만 홍콩달러(약 20억원)를 보낸 사건이 신고되기도 했다.

홍콩 경찰은 “온라인 로맨스 사기의 목적은 '사랑'이 아닌 '돈'이다”라며 “온라인 데이트를 할 때는 상대방의 신원을 반드시 확인하고, 의심스러우면 즉시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