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개천공술’과 ‘빈혈 약’ 병용, 모야모야병 합병증 위험 확 줄인다

입력 2018-05-31 14:02
국내 의료진이 두개천공술(두개골과 뇌막에 작은 구멍을 뚫는 방법)과 빈혈치료제를 병용하는 방법으로 급성 모야모야병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길을 개척했다.

모야모야병은 뇌 안에 혈액을 공급하는 동맥이 서서히 좁아지다가 결국 막히는 희귀난치성 질환이다. 뇌에 공급되는 혈액이 부족해지면서 이를 보충하기 위해 비정상적인 미세 혈관이 자라는데, 이 혈관이 연기가 피어나는 모양과 비슷하다고 해서 일본어로 ‘모락모락’이라는 뜻인 ‘모야모야’병으로 부른다.

모야모야병은 한국, 일본, 중국 등 아시아에서 유병률이 높은 질환으로 최근 이 질환을 가진 여대생이 강도에게 쫓기던 중 뇌출혈을 일으켜 쓰러지면서 이슈가 된 적이 있다.

모야모야병의 가장 중요한 합병증은 혈액 공급이 떨어져 생기는 뇌경색이다. 부족한 혈류량을 늘리기 위해 뇌 바깥의 혈관을 뇌혈관과 직·간접적으로 연결하는 수술(혈관우회로술)을 가장 많이 시행한다.

급성 뇌경색이 발생한 환자는 전신마취 후 장시간 혈관우회로 수술을 하게 되면 허혈성 뇌경색이 발생할 가능성이 25% 정도까지 높아진다.

다른 치료법으로 국소마취 상태에서 두개골에 작은 구멍을 내서 혈관 재생을 유도하는 두개천공술을 하더라도 신생 혈관 생성률이 최대 60% 밖에 안 돼 충분한 치료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웠다.

아주대병원 신경과 홍지만(사진)·이진수·이성준·최문희 교수 연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할 목적으로 영상의학과 최진욱, 신경외과 임용철 교수팀과 함께 반신마비, 언어장애 등 급성 뇌경색 증상과 혈류 저하를 동반한 모야모야병 환자 37명을 대상으로 두개천공술을 시행하고 빈혈치료제를 투여한 다음 경과를 지켜보는 연구를 진행했다. 병합치료는 양측성 모야모야 환자를 포함하여 총 50부위에 대하여 시술하였다.

그 결과, 조사대상 환자들은 대부분 퇴원 6개월 후 신경학적 기능이 호전됐고 시술한 50부위 중 98%에서 혈관이 되살아난 것으로 확인됐다.

시술 전후 중대한 합병증은 없었고, 환자 2명에서 일과성 허혈 증상이 있었으며, 1명에서 경미한 뇌경색 재발만이 있었을 뿐이다. 이는 일반적인 혈관우회술의 합병증 발생률인 25%에 비해 병합 치료의 합병증 발생률이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홍지만 교수는 “비교적 간단한 수술과 약물투여가 병합된 새로운 융합기술을 통해 향후 모야모야 환자뿐 아니라 관류 저하가 동반한 허혈성 뇌경색 환자까지 넓게 적용할 수 있는 통합적 혈관 재생치료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임용철 교수는 “전신마취를 해야 하는 기존의 수술방법은 급성기 모야모야 환자에서 수술 후 중증 뇌경색 발생 위험 부담이 높은 반면, 빈혈치료제와 병합한 두개천공수술은 부분마취만으로 짧은 시간 내에 시술할 수 있고 혈관재생률이 우수하여 모야모야 환자의 치료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뇌졸중 분야의 국제 학술지 ‘스트로크(Stroke)’ 5월호에 게재됐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