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3년 연속 선발 출전해 세 번 모두 우승컵을 들어 올렸음에도 이적 시장이 열릴때마다 방출설을 겪고 있는 이가 있다. 바로 레알 마드리드의 골키퍼 케일러 나바스다.
항상 그래왔듯이 이번 이적시장에서도 레알의 골키퍼 찾기는 계속됐다. 레알은 아틀레틱 빌바오의 케파 아리사발라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다비드 데헤아, 첼시의 티보 쿠르투아를 노렸지만 번번이 실패해왔다.
레알의 주전 골키퍼들을 살펴보면 전통적으로 자국인 스페인 출신이 많다. 리카르도 사모라와 파코 부요, 이케르 카시야스가 대표적이다. 레알이 데헤아에 매달렸던 이유도 같았다. 현재 넘버투 골키퍼인 키코 카시야 역시 스페인 출신이다.
이번 여름 이적 시장에선 레알의 타겟은 AS로마의 골키퍼 알리송 베커로 바뀌었다. 알리송은 이번시즌 세리에A에서 환상적인 활약을 펼치며 레알과 리버풀 등 빅클럽들의 뜨거운 구애를 받고 있다.
나바스는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세 번 모두 선발 출전해 세 번 모두 우승컵을 거머쥔 유일한 골키퍼다. 185cm의 신장으로 골키퍼치곤 작은 키에 속하지만 그럼에도 높은 공중 경합 성공률을 자랑한다. 기초 빌드업 능력과 불안한 킥이 약점으로 꼽히지만 장기인 동물적인 반사신경과 순간적인 판단력은 단연 세계 최고다.
나바스는 지난 2014 브라질 월드컵이 끝난 후 하메스 로드리게스와 함께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했다. 코스타리카는 당시 이탈리아, 우루과이, 잉글랜드와 함께 ‘죽음의 조’에 속했음에도 3경기를 치르며 나바스가 단 한골만을 실점해내 팀을 조 1위로 이끌어냈다. 나바스는 이어 그리스와의 16강전에서도 승부차기 승리를 이끌며 코스타리카의 사상 첫 8강 진출을 견인해내 대이변의 주인공이 됐다.
세계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월드컵 스타’로 떠오른 나바스는 이러한 활약을 바탕으로 레알 유니폼을 입었지만 처음 1년은 레알에서 십년을 넘게 군림해온 이케르 카시야스를 넘지 못해 주로 벤치에서 시간을 보내야 했다. 하지만 나바스는 출전할 때마다 신들린 선방쇼를 펼치며 신뢰를 받기 시작했다.
결국 장기부상에서 복귀한 이후 기나긴 부진을 겪으며 전성기와 같은 실력을 보여주지 못한 카시야스는 FC포르투로 이적을 했고 나바스는 2015-2016시즌부터 부동의 넘버원 골키퍼로 올라서게 됐다. 당시 라파엘 베니테스 체제의 레알은 계속해서 수비 조직력이 약하다는 지적을 받아왔으나 나바스는 나올 때마다 안정적인 경기력으로 팀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하지만 그럼에도 레알은 공개적으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다비드 데헤아의 영입 의사를 밝히며 ‘월드컵 스타’의 레알 생활은 2년만에 끝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당시 나바스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구단이 나를 팔려고 한다는 기사를 보고 아내와 눈물을 흘렸다”고 속상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나바스는 넘버원 골키퍼로서 꾸준히 자신의 진가를 입증해왔다. 레알은 나바스와 함께 지난시즌 5년만에 프리메라리가 왕좌를 되찾아 왔고, 2번의 유러피언 슈퍼컵과 2번의 클럽 월드컵, 1번의 수페르코파 데 에스파냐 우승을 차지했다. 무엇보다 챔피언스리그 개편이후 최초로 3연속 우승을 달성했다.
그럼에도 레알의 ‘골키퍼 찾기’는 이번 이적시장에서도 계속 되고 있다. 세 번째 빅이어를 들어올렸음에도 나바스에 눈에서 눈물이 흐르는 이유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