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해된 줄 알았던 ‘푸틴 저격수’ 살아있었다… “보안당국 특수작전”

입력 2018-05-31 11:07
사망했다고 알려졌던 러시아 언론인 아르카디 바브첸코. (사진=AP/뉴시스)

숨졌다고 알려진 반정부 성향의 러시아 언론인이 살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피살 사건은 러시아 정보기관의 음모를 저지하려는 우크라이나 보안 당국의 특수작전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30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우크라이나 보안당국이 연 기자회견장에 전날 피살된 것으로 보도됐던 아르카디 바브첸코(41)가 건강한 모습으로 등장했다. 그는 29일 키예프에 있는 자신의 아파트 건물 입구에서 괴한이 등 뒤에서 쏜 총에 맞았고 병원으로 후송되던 중 숨진 것으로 알려졌었다.

바실리 그리착 우크라이나 보안국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아르카디 바브첸코의 가족들에게 애도를 표해야겠지만 그러지 않겠다”며 회견장에 바브첸코를 불러냈다. 죽을 줄 알았던 바브첸코가 등장해 기자들이 깜짝 놀라자 그리착 국장은 “바브첸코를 살해하려 한 자들을 붙잡기 위해 그가 죽은 것처럼 꾸몄다”고 설명했다.

바브첸코는 러시아 유명 군사 전문 기자로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병합과 시리아 내전 개입 등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 왔다. 2016년 12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러시아를 ‘침략자’로 묘사한 이후 살해 위협에 시달렸고, 2017년 2월 러시아를 떠나야 했다. 이후 체코와 이스라엘 등을 거쳐 우크라이나 키예프로 주거지를 옮긴 뒤 우크라이나 방송 ATR TV의 앵커로 확약했다.

사진=AP/뉴시스

우크라이나 보안국은 “바브첸코 살해 시도에는 러시아 정보기관이 개입돼 있으며 러시아 정보국이 반정부 인사인 바브첸코를 살해하기 위해 살인을 청부했다”며 “주문자는 살해 대가로 3만 달러(약 3200만원)를 약속하고 1만5000달러를 선불로 지불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살해 주문자는 이날 키예프에서 체포됐으며 그가 우크라이나에서 바브첸코를 포함 20명을 살해하려는 계획을 세웠다”고 덧붙였다.

바브첸코는 기자회견에서 “한 달 전 보안국으로부터 나에 대한 살해 계획 정보를 전해 듣고 작전 참여를 제안받았다”며 “이 자리에서 이번 작전으로 큰 충격을 받았을 아내와 지인들에게 사과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보안국의 훌륭한 작전을 축하한다”면서 “러시아는 살해시도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바브첸코와 그 가족에 대한 24시간 경호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바브첸코 살해 소식이 언론을 통해 전 세계로 전파된 뒤 우크라이나 당국은 러시아 배후설을 제기했다. 그러자 러시아는 크게 반발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성명서에서 이번 사건을 “분명히 계산된 선전”이며 “반러시아 도발”이라고 비난했다. 블라디미르 다르자로프 러시아 연방협의회 국제위원회 위원장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전 세계의 눈에 (우크라이나가) 불명예스럽게 보일만 한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신혜지 인턴기자